"한국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 부담"
주한미군이 지난 26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전격적으로 반입하면서 '사드 알박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것을 시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양국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사드반대론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미국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에 배치한 사드 비용을 10억 달러(약 1조 원)로 잡고 한국 측에 이를 부담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10억 달러는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입장 자료를 내고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측이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한미 양국의 입장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드 비용을 한국 측이 부담하게 한다는 것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양국 합의에는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작년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측과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에 착수하면서 비용 문제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OFA에 따르면 한국에 배치되는 미군 전력에 대해 한국 측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미국 측은 전력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 반대 여론과 관련, 사드 비용을 전액 미국이 부담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해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즉각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윤관석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처음부터 중대한 결함이 있었음이 분명해졌다"면서 "구(舊) 여권과 국방부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양 국 간 어떤 협의와 합의가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공보단장은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면서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야간에 기습작전 하듯 진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 작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사드 10억 달러와 관련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일방적 희망사항인지, 우리정부와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정부의 답변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이날 홍대입구역 유세연설에서 "국민의 동의 없이 사드를 기습 배치하고, 비용까지 대한민국에 물겠다고 하는 것은 사드 강매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사드 도로 가져가라. 사드 빼가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