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 신풍속도] '아닙니다' '좌파'… 후보 특정한 말에 술 '원샷'
'서면에서 대선후보 TV토론 함께 볼 멤버 구합니다.' 직장인 윤중현(36) 씨는 27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윤 씨에게 대선후보 TV토론이 열리는 날은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는 날이다. 윤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찍은 후보가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어 정치에 염증을 느꼈는데, 이번 선거는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 박진감이 넘치고 재밌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TV토론의 인기가 뜨겁다. 최대 34.49%라는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토론이 끝나자마자 동영상이 1~2분 분량으로 편집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후보들의 정책부터 말투, 표정까지 토론을 재료로 한 다양한 2차 창작물도 쏟아지고 있다.
SNS로 '치맥 번개' 제안도
토론회 편집·창작물 인기
함께 즐기고 적극적 피드백
최근엔 'TV토론 술게임'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인기다. 문재인 후보가 '허허' 웃으면 원샷, 안철수 후보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원샷, 홍준표 후보가 상대 후보를 '좌파'라고 지칭하면 원샷을 해야 하는 식이다. 이 글에는 '한 시간도 안 돼 만취할 수 있다' '다음 토론 때 친구들과 해 보고 싶다'며 수천 명이 공감과 공유를 표했다.
블로그 '브런치'의 마시즘(필명) 작가는 각 대선 후보를 음료 맛에 비유한 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콜라, 안철수 후보는 과거에는 젊은 층에게 열풍을 일으켰으나 최근엔 어르신들에게 인기를 끄는 매실음료, 유승민 후보는 노선을 정확하게 정하지 못한 포카리스웨트에 재치 있게 비유했다.
토론회를 계기로 후보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를 두고 SNS에서는 동성애 지지를 뜻하는 무지갯빛으로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소수자들은 지난 26일 문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 직접 항의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정치를 놀이로 즐기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정치혐오를 줄일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뜻을 따르도록 해 민주주의를 진화시킨다"고 말했다. 조소희 기자 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