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論功行賞 말고 論公行常
19대 대통령 선거일을 열하루 남겨둔 오늘, 모든 미디어는 대선 관련 기사로 가득하고 실시간 인터넷 검색순위 역시 대선후보 관련 검색어가 압도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4월 1일 이후 '논공행상(論功行賞)'이 키워드로 쓰인 기사와 칼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정책과 공약으로 평가받는 진일보한 선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진영논리와 저질발언에 갇혀 버린 선거의 결과에 대한 후유증을 벌써 걱정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의 팔설(八說)에 나오는 '공을 따져 상을 주고 능력을 가늠해 일을 주어야 한다(計功而行賞, 程能而授事)'는 말에서 유래하여, 삼국지에 오나라와 촉의 군대에 승리한 후 위의 황제 조예가 공적에 따라 나누어 상을 준 이래로 수많은 기록이 전해 온다. 권력수호와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떠도는 이야기이다 보니, 이번 대선이라고 사실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비자의 지혜가 담긴 논공행상이라면 뭐 그리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겠지만, 역사가 남긴 기록들은 더러 처참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으니, 유방의 포상에 불만을 품은 항우는 결국 유방에 반기를 들었으며, 조선 시대 인조반정 공적포상에 앙심을 가진 이괄 또한 반란을 일으켰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때로는 망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비자의 팔설서 유래된 논공행상
반란 등 처참한 결과 이어지기도
제19대 대통령 당선자는
공적 인사시스템 검증 바탕 두되
탕평 아닌 통합적 인사 펼치며
功과 賞에서 자유로워지기를
탄핵 때문에 갑작스럽게 앞당겨진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취임하고 조각을 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다 보니, 벌써 장관 후보 3배수 추천을 끝냈다느니, 누가 유력하다는 등 하마평 또한 무성하다. 각 후보 진영으로 모여든 수천 명의 폴리페서 규모를 보면 청와대 비서진과 행정관 후보들도 예외 없이 넘쳐난다는 풍문이 헛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제19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미리 지면을 통해 몇 가지 당부드리고 싶다.
첫째, 論功行賞(논공행상)이 아닌 論公行常(논공행상)을 인사시스템에 적용하길 바란다. 공(功)과 상(賞)은 권력과 탐욕을 부추기게 마련이어서, 부족하면 불만이 되고 더하면 남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을 전제로 한 상, 즉 論功行賞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에서는 功이 아닌 능력과 자질을 公적 인사시스템에 의해 論(검증)하고 그 결과대로 行하는 것이 常식이 되는 論公行常이 실현되기를 당부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의 공과 상은 모두 국민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탕평 슬로건이 아닌 건강한 파트너를 고르는 통합적 인사를 했으면 한다. 다행히 현재 지지율 1, 2위 후보가 각각 '함께하지 않았어도 신망이 있다면 국무총리로' '집권하면 대탕평 인사'를 말하고 있다. 링컨은 같은 변호사이면서 자신을 그토록 조롱하고 업신여겼던, 상대당인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턴을 전쟁장관에 임명했고, 공화당 경선 후보로 자신을 공격했던 섀먼 체이스를 재무장관에 기용했다. 스탠턴은 엉망이었던 군의 기강을 바로 세웠고, 체이스는 미국 경제의 틀을 세웠다. 진짜 보수와 참 진보가 없다면 그들이 성장할 터전을 만들어 줄 필요마저 있는 것이다.
셋째, 이번만큼은 論功行賞에서 자유로워도 무방하다. 소수의 가신그룹이야 수년간 헌신적으로 수고해 왔지만, 급박한 선거일정으로 인해 싱크탱크 혹은 캠프라고 해봤자 길어봐야 7개월, 짧게는 한 달도 채 안 되게, 그것도 행사 한두 번, 임명장 한 장에 기댄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걸 가지고 상을 내놓으라 한다면 참 염치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것까지 공으로 여긴다면 行賞보따리는 풀기도 전에 찢어져 버릴 것이다. 공이 아닌 편승의 무리, 이번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도 좋다. 부담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비자의 고사가 19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주는 교훈은 論功行賞이 아닌 論公行常임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차재근
서울시청년허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