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최민식 "어차피 정치는 쇼" 정치인 이중성 그리다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 어차피 정치는 '쇼'거든."
내달 9일 소위 '장미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 유세가 한창인 가운데 영화 '특별시민'(26일 개봉)에서 정치 9단으로 변신한 배우 최민식은 이렇게 뻔뻔한 대사를 늘어놓는다. 그는 극 중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변종구 역을 맡았는데 겉으로는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뒤에서는 '꼼수'를 써서 권력을 지향하는 이중적 모습을 그려낸다. 젊은 유권자들과의 토크쇼에선 미리 짜 맞춘 질문만 받거나, 경쟁후보들과의 공식 토론회에선 원고를 사전에 빼돌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 등 정치판의 속물로 버무려진다.
데뷔 28년 만에 처음 맡은 정치인 캐릭터지만 스크린 속 최민식은 베테랑 자체다.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와 뛰어난 언변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훔치고 때론 뭉클하게 한다. 그는 변종구를 '말 잘하는 놈'으로 정해놓고 차곡차곡 인물을 구축해갔다. 덕분에 서울시장 재출마 선언 장면에선 낯에 스치는 표정부터 작은 손짓 하나까지 관록 있는 정치인의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말에 집중했어요. 자신감 있고 논리가 뛰어나 설득력 있는 점들을 떠올렸고요. 특히 출마 선언 장면은 정치인 변종구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하고 감독과 상의해 현실감있게 대사를 고쳤죠."
대선 유세가 한창인데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도 있어 개봉을 앞두고 주변에선 적지 않은 우려를 했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최민식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되겠나"며 "영화의 기능 중 하나는 '비판'이다"고 힘줘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가 피로한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도 곁들인다.
그렇다고 계속 묵직한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니다. 대중 앞에 섰을 때 친근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힙합까지 배웠다. 검은색 힙합 모자를 돌려쓴 채 "내~가 잘 할게! 아, 내~가 잘 할게!"라고 연신 랩을 내뱉는다. '정치는 쇼'라는 변종구의 태도를 잘 보여주기 위해 당초 '청춘 토크쇼' 설정이었던 이 장면을 최민식이 직접 제안했다고.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한테 배워 1주일 가량 꽤나 연습했어요. 처음에 더 빠른 템포의 곡을 하려 했는데 도저히 못 따라가 포기했죠. 학교 다닐 때로 돌아간 것 같은 유쾌한 경험이었죠."
"배우란 태생적으로 외로운 직업"이라고 토로하는 그는 이제야 "감이 잡힌다"며 은연중 향후 포부를 살짝 드러낸다. "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취해 사실 겁은 없어졌어요. 장르가 뭐가 됐든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해요. 예컨대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판타지에도 욕심을 내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