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제 무술대회 묘도 부문 우승 이수정 씨 "4㎏ 진검, 가볍게 느껴질 때 행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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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무술의 본고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해 더욱 뿌듯했어요."

지난달 열린 제15회 홍콩 국제 무술대회 묘도 여성 부문에서 영예의 우승을 차지한 이수정 씨. 이 대회에서 한국 여성이 우승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광동 성 동관 시 상무관 사범으로 활동 중인 이 씨와 e-메일 등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머니 추천으로 7살 때 시작
합기도 4단 국술원 2단 '고수'
공무원 꿈 접고 중국서 수련
부상 딛고 첫 대회 출전 '우승'

"무술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저를 지도해준 이상준 사부님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부모님, 친구들이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991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이 사범은 7살 때 무술을 접했다. "어머니가 '여성도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해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도장에서 배운 예의 등 덕분에 제가 바르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 사범은 현재 합기도 4단, 국술원 2단, 경호무술 1단의 무술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신라대 대학원에 진학한 이 사범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체력 준비와 용돈 벌이 차원에서 무술 관련 구직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렸다.

"얼마 후 '중국 상무국제무술협회'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어요. '지도자를 찾는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이상준 상무관 관장과 면접을 봤다. "이상준 사부님은 중국 10대 무술 명사 중에서 최고수로 손꼽는 '무성' 곽서상 노사의 마지막 제자예요. 면접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무술을 배울 때 가장 행복했다는 점을 깨닫고 도전하기로 했어요."

이 사범은 경찰 공무원의 꿈을 접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상무관 사범으로 일하는 틈틈이 이상준 사부로부터 묘도를 배웠다.

"곽서상 노사님의 묘도 시연 동영상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묘도는 칼의 길이만 160㎝가 넘으며, 무게도 4㎏이나 돼요. 특히 진검으로 시연해야 하므로 매우 어렵고 위험한 무술이에요. 처음에는 남자에게도 버거운 무게를 여자인 제가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많이 들었어요." 이 사범은 이상준 사부의 지도 하에 수많은 연습을 통해 힘을 조절하는 요령 등을 터득해 갔다. "드디어 묘도가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오더군요."

이 사범은 "첫 대회 출전이라 긴장했는지 대회 2주를 앞두고 연습 중 발목을 접질렀다"며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발목보호대를 하고 훈련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런 투혼 끝에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은 저에게 20대 청춘을 함께한 곳이에요. 이상준 사부님도 부산 사람이며, 저를 비롯해 이번 대회에 입상한 한국 선수 대부분이 부산 사람이에요. 부산의 힘, 대단하지 않나요."이 사범은 현재 이상준 관장과 함께 스페인에서 도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원 때 취업 고민을 정말 오래 했었어요. 그런데 삶의 방향이 바뀌면서 취업에 대한 고민도 사라졌죠. 그동안 취업 때문에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가 진정으로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생각이에요."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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