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하차 안전 실태 르포] 버스 승객 내리자마자 '급폐문', 덜 닫힌 채 '급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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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다 내리기도 전에 문을 닫는 등 버스 승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25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 버스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지난달 20대 여성이 버스 하차 도중 문에 점퍼 끈이 끼여 10m 끌려간 사고(본보 21일 자 11면 보도)가 시민들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본보 페이스북에 공개된 사고영상은 9만 건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급출발, 급정거 너무 심하다" "나도 가방이 끼여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등 버스 운전 실태를 비난하는 시민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본보 취재진은 25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북부산세무서, 수영구청 앞 정류장 등 3곳을 둘러보며 버스 승하차 실태를 확인했다.

서면 롯데百 등 정류소 3곳
10대 중 3대 문 덜 닫고 출발
급하게 내리던 男 '다칠 뻔'
승차 때도 '안전불감증' 노출

"급한 운전습관이 원인" 지적


이날 모든 정류장을 1시간씩 둘러본 결과 문이 완전히 닫히지도 않은 채 출발한 버스는 3~4대당 1대꼴이었다. 전체 124대 중 36대(29%)의 버스가 마지막 승객이 내린 뒤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가속페달을 밟았다. 승객이 아직 내리지도 않았는데 슬그머니 움직이는 버스도 종종 보였다. 차체가 낮은 '저상버스'도 5대가량 포함됐다. 저상버스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이날 일부 버스는 승객이 다 내리기도 전에 문을 닫는 등 승객 안전보다는 하차를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1시 14분 사상구 북부산세무서 버스정류장. 한 저상버스에서 50대 남성이 하차하던 중 버스 문이 갑자기 닫혔다. 이 남성은 문에 끼이지 않기 위해 급히 내려오다 발이 미끄러져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화가 난 남성은 버스 입구 쪽으로 다가가 삿대질을 해댔고, 버스 기사는 문을 열고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쌩하고 가버렸다.

오전 10시 45분 수영구청 버스정류장에서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승객들이 우산을 펴며 천천히 하차했다. 마지막 승객의 두발이 땅에 닿자마자 버스는 문도 덜 닫힌 채 쫓기듯 출발했다. 마지막 승객은 버스 기사를 향해 "뭐가 그리 급해"라며 혼잣말을 해댔다. 지난달 점퍼 끈이 문에 끼여 끌려간 사고도 결국 해당 여성이 내리자마자 급히 문을 닫아 버려 발생한 사고였다. 끈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버스의 타이어에 몸이 끼일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승객에 대한 버스 기사의 '안전불감증'은 하차 때만이 아니었다. 버스들은 지정된 정차자리가 아닌 곳에 서거나 승객들이 자리도 잡기 전에 급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3차로에 서야 할 버스가 2차로 사이에 어정쩡하게 정차해 하차하던 20대 여성이 3차로 좁은 공간을 지나려던 차에 받힐 뻔했다.

이 같은 버스 사고 우려는 버스기사 개인의 안일한 안전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초를 더 기다리지 못하고 무조건 빨리 가려는 운전 습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산의 한 시내버스 여객회사 관계자는 "분기별로 버스 기사 대상의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버스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공공운수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 김병기 수석부지부장은 "준공영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버스기사가 쉬는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해 빨리 운전을 끝내려 한다"면서 "부산시가 나서서 현재의 고용 실태, 배차시간표 등을 개선해 안전사고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안준영·김준용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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