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휘자 오충근, 베를린을 지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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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KNN방송교향악단 예술감독이 23일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베를린 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의 오충근 지휘자가 베를린 필하모니홀에 섰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빈 콘체르트 하우스,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미국 카네기홀과 함께 아름다운 세계 5대 콘서트홀로 꼽힌다.

오충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KNN방송교향악단 예술감독은 23일 오후 4시(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베를린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섰다. 지난해 베를린 심포니 내한 당시 한국 투어의 지휘봉을 잡은 게 계기가 됐다.

정명훈 이어 한국인 두 번째
23일 필하모니홀서 지휘봉

슈만의 '서곡' 등 '혼의 연주'
베토벤 '운명' 땐 온몸 불 살라

2200여 관객 열렬히 환호
공연 후 사인·촬영 요청 쇄도


교포 음악인들이 외국 단체와 결합하거나 우리나라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연주회를 연 적은 가끔 있었지만, 외국 오케스트라의 초청을 받아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지휘봉을 잡은 한국인은 정명훈에 이어 오충근 예술감독이 두 번째다.

이날 공연은 슈만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 작품 52'를 시작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으로 마무리했다.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는 곡 전체가 생기 넘치며 기쁨이 넘쳤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위지만(26)이 협연했다. 바이올린은 때론 대담하게 다가와 오케스트라를 자극했고,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과 융합하며 힘차게 나아갔다. 1악장이 끝날 무렵, 즉흥 독주 '카덴차'에선 위지만의 섬세한 기교가 돋보였다.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오 감독이 온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협주곡을 힘차게 마무리하자, 관객은 뜨겁게 박수로 화답했다.

중간휴식 후 이어진 베토벤 교향곡 '운명'은 오 감독이 평소 지휘했던 곡은 아니었다. 하지만, 베토벤의 고향 독일에 온 만큼 자신이 연주하겠다고 요청했던 곡. 오 감독은 온몸을 불사를 듯 지휘했고, 오케스트라는 웅장함과 강렬함으로 답했다. 2악장에서는 경쾌한 기상으로 분위기를 감미롭게 다듬었다. 3악장이 간결하면서 정련된 분위기였다면, 4악장은 역동적이었다.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던 부분이 강렬하면서도 웅장하게 휘몰아쳤다.

총 2440석의 베를린 필하모니홀. 3층까지 가득 메운 2200여 명의 관객은 공연이 끝나자 열렬히 환호했다. 무대 밖에서도 관객들은 오 감독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다음에 언제 공연하는지 묻는 이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한 관람객은 "아르헨티나에 꼭 와서 공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젊었을 때, 카라얀의 음악을 들으면서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의 공연을 꿈꿨는데 드디어 오게 돼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했다. 관객들 또한 일체감을 느끼고 밝게 반응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베를린/글·사진=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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