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V토론회 네거티브 넘어 비전과 정책 경연장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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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일이 별로 없는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수준 이하의 토론회였다. 23일 밤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요일 밤 황금 같은 시간에 국민의 이목이 TV에 쏠렸으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했다. 정책 비전은 오간 데 없고 상호 네거티브 공방만 벌였기 때문이다. 토론이 끝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게 토론이냐'는 등의 비판 일색이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마침 '외교·안보 및 정치개혁'이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등 우리의 외교·안보가 백척간두 상황에 처해 있는 때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 주변 강대국들의 간섭 및 충돌 위기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듣기를 원했으나 토론회는 시종일관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코리아 패싱(미국의 주요 정책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뜻)'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계제가 아닌가. 국민들의 안보 불안은 안중에도 없는지,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렸다.

이번 대선부터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형식과 '시간 총량제'가 도입돼 심층 토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두 차례 스탠딩 토론 결과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후보들이 본질에서 벗어난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다 지지율이 높은 특정 후보에게 질문과 공세가 쏠린 것도 심층토론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질문이 골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제 세 차례의 TV토론(중앙선관위 2차례, 방송사 주최 1차례)이 남아 있다. 남은 토론회는 반드시 정책과 비전의 경연장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후보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남의 약점보다 자신의 장점과 정책을 알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결코 아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회자의 토론회 운영의 묘도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지지율이 앞서는 2자 내지 3자만의 별도의 토론회도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5자 토론회'는 후보 변별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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