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남한의 선택, 북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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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섭 편집국 부국장

꼭 무슨 중요한 일이 아니라도 일상의 자잘한 선택도 막상 하려면 수월치가 않다. 거의 밖에서 해결하는 특별할 것도 없는 점심 메뉴만 해도 몇 번을 왔다 갔다 한다. 중요한 논의를 위한 약속이라면 장소부터 메뉴까지 선택의 까다로움은 더해진다. 이럴 땐 누가 결정을 대신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도 더러 있다.

사실 이런 일상적 선택에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경천동지할 정도의 차이는 없을 터이지만, 그래도 고민은 따라붙는다.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성가시기도 하고, 결정된 내용을 놓고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하는 것도 탐탁지 않다. 하물며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나 범위에서 일상적인 내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중요한 선택이라면, 고민의 시간과 깊이는 더욱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적 차원이든 국가적 차원이든 가리지 않는다.

2017년 한반도 운명 가를 선택

남쪽엔 30년 만의 조기 대선
모두 책임자 자세 투표 요구

북쪽엔 체제생존 건 '핵 선택'
미국과 중국의 압력 시시각각

씨줄 날줄로 얽혀 남북한 조여


지금 2017년 한반도가 꼭 그러한 상황이다. 남북한 할 것 없이 각각 수천만 명의 명운을 가르는 '선택의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중도 궐위로 '뜻밖의 대선'을 치르고 있다.

직선제 시행 30년 만에 처음으로 12월이 아닌 5월의 생경한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도 후보 선택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국가적으로 처음 겪어 보는 엄청나게 큰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고, 또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묵직한 요구가 앞에 펼쳐지니 그럴 만도 하다.

대통령을 뽑는다니 아직도 귀에 쟁쟁거리는 소리가 있다. "이제 대통령에 신물이 난다, 아무리 봐도 대통령감이 없다, 그 후보가 그 후보 아니냐, 누가 된들 뭐가 달라질까, 대통령이 되고 나면 모두 똑같다" 등등.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실망으로 대선 자체에 냉소적인 사람이 던지는 말의 파편이다. 누가 되어도 팍팍한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할 수는 없다.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은 선택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촛불'이라고, '태극기'라고 모두 같은 후보에 투표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역시 선택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떤 방식의 책임이 될지는 지난해 연말부터 몇 달 동안 전국을 들끓게 했던 '광장'을 보면 실마리가 나온다. 세계적인 격변의 시기에 우리만 어처구니없는 내부 문제로 얼마만큼의 국가적인 에너지가 탕진됐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손실이 계속될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결국 이는 언제라도 우리 일상생활의 수준까지 갉아먹는 방식으로 변용돼 만만찮은 계산서를 요구할지 모른다. 미래 세대까지는 놔두더라도 지금 당장 삶을 생각해도 그렇다.

어쨌든 선택의 순간은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짧은 선거 과정으로 후보들의 면면을 파악하는 데 더욱 혼동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도청도설의 들은풍월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신문 몇 쪽이라도 꼼꼼히 살펴보면 훨씬 도움이 된다. 언론의 보도만 유심히 보아도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선택은 피할 수 있다. 이런 수고로움도 없이 국민 각각의 함의가 담긴 집단 선택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든 나중에 청구되는 계산서처럼 책임이 뒤따른다고 생각하면 우리 각각의 선택이 어떤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반도의 남쪽이 집단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북쪽 역시 '운명의 작두날' 위에 서 있다. 억세고 앙칼진 대응에 강하고 거칠게 되갚음하는 북한과 미국, 예전과는 달리 입장이 바뀌어 어떤 결심이 선 듯한 중국이 얽히고설키면서 한반도에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듯한 위기감이 자욱하다. 당장 미국의 핵심 전력인 함공모함이 한반도를 향해서 오고 있다.

현재 주변국의 움직임을 쥔 키워드가 '북한핵'이라면, 북한 역시 자신들의 생존을 건 선택 앞에 서 있는 셈이다. 북한의 내부 사항을 알 수는 없으나, 돌아가는 판국을 보노라면 북한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당장 북한 주민들이 받게 될 직접적인 영향도 그렇지만, 우리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별개에 그치든, 중첩이 되든 남북한의 운명을 가를 각각의 선택이 날줄과 씨줄로 엮이면서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더 깊은 고민과 긴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을 지난 뒤 어떤 세상이 앞에 펼쳐질지는 우리도, 북한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 결정할 것이다.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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