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에쓰오일 공사 현장서 폭발 화재, 또 안전관리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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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폭발사고 현장에서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국내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 프로젝트 현장에서 폭발을 동반한 불이 나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사고로 이어진 탓에 에쓰오일과 공사업체의 현장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1일 낮 12시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공사 현장에서 폭발음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해 약 30분만에 꺼졌다. 110m짜리 크레인 기둥이 균형을 잃고 유류가 들어있던 파이프라인 위로 넘어지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21일 크레인 넘어져 배관 덮쳐
차량 2대·굴착기도 불에 타
5명 중상, 하루 뒤 1명 숨져

점심시간 발생 대형참사 모면
고용부, 전면 작업중지 명령

이 사고로 하도급업체 소속 김 모(54) 씨가 숨지고 정 모(57) 씨 등 4명이 다쳤다. 토목업체 대도ENG 소속 근로자인 김 씨는 사고 당시 동료 정 씨와 함께 공사장 휴게실에서 쉬던 중 변을 당해 다발성 늑골 골절상을 입고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이튿날인 22일 오후 10시 사망했다. 나머지 부상자 4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근로자 수백 명이 점심식사를 하려고 자리를 비운 틈에 발생, 그나마 대형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사고 당시 하도급업체인 천조건설이 110m짜리 크레인 기둥을 수직으로 세우는 작업을 진행했고, 유럽의 한 업체가 와이어를 이용해 크레인 균형을 잡는 기술 등을 전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현장에 있었던 한 플랜트 근로자도 "타워크레인이 조립 중에 넘어져 배관을 건드리면서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며 "주변에 있던 차량 2대와 굴착기도 불에 타버렸다"고 전했다. 결국 에쓰오일과 원·하청 공사업체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사고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크레인 조립작업을 했던 천조건설과 원청 시공사인 대림산업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울산소방본부 등 관계기관이 합동 현장감식에 나서 기계 결함이나 조작 실수가 있었는지 등을 면밀히 감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각각 공사업체의 과실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해 처벌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현재 해당 공사 현장에 안전 확보 등의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에쓰오일과 시공사 등은 현재 "부상자 회복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은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약 4조 8000억 원을 들여 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UC·고도화 설비를 통해 건축·생활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올레핀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았다. RUC는 원유 정제과정을 거쳐 등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유분을 생산하고 남은 값싼 벙커C유를 다시 프로필렌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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