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17. 양산 퐁당하우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따로 또 함께' 작은 마을 같은 셰어하우스

양산 퐁당하우스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사용자의 수요에 맞게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집이다. 젊은 건축가들의 열정과 배려가 충만하다. 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우리는 혼술과 혼밥이 유행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같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이라는 의식은 물론, 나만의 개성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건축은 없을까.

경남 양산시 증산리에 위치한 '퐁당하우스'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는 급변하는 시대 상황을 건축에 반영, 젊은 건축가들의 창조성이 '퐁당퐁당' 거린다. 건물은 와이피건축사사무소 윤재균·박수영 공동대표가 설계했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셰어하우스는 더러 있지만, 단독 신축건축물로서의 셰어하우스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셰어하우스는 개인적 공간인 침실은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주방·모임 공간은 함께 공유하면서 젊은 층 사이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공동 주거 형태다.

개성과 사생활 고려한 설계 반영
1가구·2가구로 분리, 9개 실 가능
리듬감 살린 각 세대 수직적 배열
1층은 층고 높여 공동체 공간으로

증산리 단독주택지는 주변 기반시설이 고루 갖추어져 있고 대지에 특별한 제약 조건이 없다. 따라서 주위 건축물들은 비슷한 규모, 비슷한 재료들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지어졌다.

공간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한 건축주로부터 설계 의뢰를 받은 두 젊은 건축가는 의욕을 가지고 건축물에 접근했다.

건축주는 각각 분리된 두 가구를 원했다. 하지만 와이피건축사사무소는 건축주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그들만의 독특한 건축 논조를 펼치려 했다. 그 방안으로 셰어하우스를 제안했다. 건축주는 흔쾌히 수용했다. 건축주와의 꾸준한 미팅 끝에 1가구, 2가구로도 사용 가능하고 각각이 분리돼 9개의 실로도 사용 가능한 100평가량의 3층 퐁당 하우스가 완성될 수 있었다. 

윤재균 대표는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에서 이 공간만은 작은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설계했다"며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퐁당 하우스가 주변에 작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각 세대는 수평적 배열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배열돼 있다. '따로 또 함께'라는 개념으로 1층은 층고를 높여 공용공간으로만 계획하고자 했다. 양쪽 동 중간에 있는 중정 공간을 연결하면 하나의 마당이 펼쳐진다. 여기서 입주자들은 바비큐 파티 같은 다양한 공동체 모임을 펼친다. 또한 각 실은 개별적 테라스를 갖고 있다. 이 테라스는 매개체가 되어 입주자들과의 대화 장소가 될 수 있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조경공간이 되기도 한다. 작은 풀장도 있다. 대부분의 생활을 갇힌 공간에서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잠시나마 따사로운 햇볕을 만끽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연출한다. 풀장의 작은 프레임을 통해 멀리 산의 풍경을 액자처럼 끌어오기도 한다.

박수영 대표는 "경사지도 아닌 정형화된 땅에 스킵플로어(한층에서 바닥의 일부를 높게 꾸미는 바닥의 구성법)로 계획한다는 것이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수직 또는 수평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공간 연출이 아니라, 퐁당퐁당 리듬감 있게 실을 구성해 사적 영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1층 중정, 옥상 풀장 같은 이벤트적 공간을 만들어 화합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우리는 특정한 분야의 건축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건축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건축가로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고층건축물, 넓은 대지의 호화주택이 아니더라도 15평 남짓의 작은 땅에 짓는 협소주택, 시골마을에 필요한 작은 경로당이라도 진심을 담을 수 있는 행복의 건축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축사 학원에 다니면서 서로의 건축철학이 맞아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한 이들은 대화하면서 건축을 하는 게 참으로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건축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재기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부산 건축의 풍성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박태성 문화전문기자 pt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