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등교 시간 좀 늦춰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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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시간이 너무 빨라요. 편히 푹 자야하는데 너무 빨리 일어나야 해서 아침을 편히 먹을 수 없어요."

"특정 과목으로 평가해서 성적이 안 나오면 마치 내가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학원에서는 여전히 선행학습을 하고 있어요. 중학생은 밤 11시, 고등학생은 새벽까지 학원에 묶여 있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18세 미만 8600명 설문

1만 1303건 제안 쏟아져
시험 축소 등 학교 관련 최다
폭력 대책·안전 강화 많아


18세 미만의 아동,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1000만 명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거 때마다 늘 소외돼 왔다. 그럼에도 아동, 청소년들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많다는 사실을 후보들이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동들의 목소리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 '미래에서 온 투표'의 일환으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아동 8600명을 상대로 희망하는 공약·정책을 문의한 뒤 그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10대 분야 1만 1303건의 제안 중 '교육·학교' 분야에서 5603건이 쏟아지면서 전체의 49.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폭력·안전 1982건(17.5%) △놀이·여가·휴식 975건(8.6%) △일자리(아르바이트) 822건(7.3%) △복지 648건(5.7%) 등의 분야 순으로 제안 건수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학교 분야에서는 '교육시간 축소'와 '진로진학 교육 확대' '사교육 폐지 공교육 강화' '시험 축소, 입시 개선'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야만적인 입시 경쟁에 내몰려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는 아동·청소년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 폭력·안전 분야에서는 '아동 대상 폭력 근절' '안전한 마을 및 스쿨존 조성' '학교폭력 예방 대책 강화' 목소리가 많았다. 놀이·여가·휴식 분야에서는 '놀이공간 확대' '놀이·여가·휴식 시간 확대' '놀 권리 인식 확산' 등이 거론됐다.

이번 조사에서 소수 의견이었지만 △아동참여·정치 △환경 △국가안보·외교 △보육 △경제성장·균형발전 등의 분야에서도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동참여·정치 분야에서는 현재 정치권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만18세 선거권 보장' 요구가 주를 이뤘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대선에서 아동 공약은 당사자인 아동보다 어른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던 게 사실이다"면서 "대선 후보들은 아동·청소년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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