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는 文 모친·安 부모] 주변에 아들 이야기 꺼내지 않고 묵묵히 응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해 12월 25일 부산 영도구에 사는 어머니 강한옥 씨를 부축해 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 제공

더불어민주당 문재인(64) 후보의 모친 강한옥(90) 씨와 국민의당 안철수(55) 후보의 부모 안영모(87), 박귀남(82) 씨는 부산에 산다. 치열한 대권 경쟁을 벌이는 두 후보의 심정은 어떤지, 부산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살펴봤다.

■문재인 후보 모친 강한옥 씨

문 후보 모친, 영도구서 딸과 생활
성당 미사에 꼭 참석해 아들 기도
문, 한두 달에 한 번은 모친댁 찾아

"어머니 기도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달 19일 당내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남긴 말이다.

문 후보의 말처럼 모친 강한옥 씨는 지금도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을 찾아 장남을 위해 기도한다. 홀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기력이 쇠잔해진 상태지만 성당 미사만은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실향민인 강 씨는 한국전쟁 피난민촌이었던 영도구에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남항동 5층짜리 연립주택에 막내딸과 단둘이서 단출하게 생활하며 이웃과 어울리는 고령의 동네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문 후보 유년 시절 강 씨는 생계를 위해 좌판 장사와 연탄 배달 등의 막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장남인 문 후보는 이 시절 어머니의 힘겨운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는 어머니가 이끄는 연탄리어카 뒤를 밀었던 가난의 경험을 통해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웠다고 고백했다.

강 씨는 잘 들리지 않는 귀를 핑계로 주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아들이나 정치 이야기를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선거 운동에 나서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극도로 꺼린다. 문 후보도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가 불편해지지나 않을까 늘 걱정한다.

문 후보는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친댁을 찾는다. 이달 초 경남 양산시 부친 묘소를 참배한 날에도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모친을 문안했다.

문 후보의 부친 고 문용형 씨는 1978년 5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문 후보가 군대에서 제대한 그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즈음 문 후보는 사법고시 도전을 결심한다. 장남으로서 집안을 건사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안철수 후보 부모 안영모, 박귀남 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가족. 왼쪽부터 안 후보. 부친 안영모씨, 딸 안설희, 모친 박귀남씨, 부인 김미경 교수. 안철수 후보 선대위 제공
안 후보 부모, 해운대 우동으로 이사
모친 "몸조심하시라" 한결같이 당부
안, 부산 1박 땐 부모님 댁서 묵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모친 박귀남 씨에게 2남1녀 중 장남인 안 후보는 여전히 '애가 쓰이는' 존재다.

박 씨는 당 관계자를 만나기만 하면 누구에게라도 "우리 아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는 인사를 건넨다. 아들의 당선을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박 씨는 선거보다 아들의 건강이 가장 걱정이다. "아이고~몸 조심하시라. 너무 신경쓰지 마시라. 잘 될 거다." 아들을 만난 노모의 한결같은 당부다.

안 후보의 부모는 현재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모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2012년 대선 이후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해운대로 이사를 왔다. 지난 대선 당시 부친 안영모 씨가 운영하는 범천의원에 너무나 많은 이들이 찾아온 것이 의원을 그만 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도 안 후보는 부친이 불가피하게 의원 문을 닫게 된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노부부가 안 후보의 부모인지는 아파트 주민들도 잘 몰랐을 정도로 조용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말 안 후보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부산으로 왔을 때 기자들이 아파트에 진을 치면서 주민들에게 그 존재가 알려졌다.

안 후보는 최근까지도 부산에 와 1박을 하게 되면 꼭 해운대 부모님 댁에서 잠을 잔다. 안 후보는 노부모의 걱정에 "재미없는 뉴스 보시지 말고 드라마 보시라"고 당부한다. 늘 큰 소리로 웃으며 부모님을 위로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최근 모 학교의 학부모 간담회에서 "어머니가 어떤 분이시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천사같은 분이시다"고 답했다. 또한 부친에 대한 안 후보의 존경심은 지금까지 여전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서준녕·이현우 기자 jumpjump@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