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고, 가장 안전한 사람 중심 도시 만들자"
흥미롭고 다양한 제안 쏟아진 북항 재개발 정책 토론회 속으로
"걷고 싶은 도시, 사람 중심 도시가 됐으면 합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랜드마크 하나쯤은 있어야죠." 지난 10일 오후 2시 부산일보 10층 소강당에서 열린 '해양경제영토(20조 원, 일자리 4만 개) 확충을 위한 부산항시티(북항 재개발 1, 2단계) 개발 사업' 정책 토론회에서 북항 재개발 방향에 대한 흥미로운 제안들이 쏟아졌다. 그날 토론회 속으로 들어가 본다.
■부산 미래 100년 먹거리
토론회는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주최하고 부산일보, 부산항시티추진협의회, 대한민국 해양연맹, 부산산업클러스터 산학관협의회가 주관해 열렸다.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시선 끄는 랜드마크 필요
자갈치시장서 우암부두까지
걸어서 갈 수 있도록 하자
적은 비용으로 요트 즐기는
해양 관광 공간 조성하자
돔 구장·충장로 지하화도
김영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부산이 먹고사는 밑천이자 젖줄은 바다"라며 "북항 재개발 사업은 앞으로 부산 발전의 기초를 만든다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의 얼굴을 바꾸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해당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거나 세금 감면 등을 통해 국내외 투자를 끌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항 재개발 성공은 부산 시민의 소망"이라며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만수 부산시 정무특보도 격려사를 통해 "부산항시티 개발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원도심 부활을 위해 중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현겸 대한민국 해양연맹 총재 권한대행은 축사에서 "이번 토론회에서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발전시킬 좋은 정책 제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개발 방향
정현돈 부산항만공사 북항재개발사업단장은 북항 1단계 사업 현황을 발표했다. 정 단장은 "북항 1단계 개발사업 목표는 원도심 연계와 지역 성장 기반 조성, 시민에 친수공간 제공, 항만과 도심의 조화로운 개발"이라고 밝혔다. 총예산 8조 5000억 원 정도가 투입될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3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와 12만 명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정 단장은 "개발 지역의 70% 정도를 공공용지와 친수 공간으로 채워 난개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착공한 북항재개발 사업은 2019년 준공할 예정이다.
정성기 해양수산부 항만지역발전과장은 북항 재개발 2단계(자성대 부두) 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정 과장은 "자성대 부두 일대는 여러 도심 기능을 복합적으로 집약한 콤팩트 도심, 글로벌 해양 관광 도시, 정주형 공간으로 특화해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과장은 "북항 1단계 지역과 기능을 분담하고 문현금융단지와 연계한 개발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회의장, 도심형 복합 리조트, 테마형 쇼핑몰, 개항 역사박물관 등으로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이다.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주거 복합단지도 조성한다.
■토론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
정현돈 단장과 정성기 과장의 발표 후 김가야 동의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는 지정 토론이 펼쳐졌다. 김가야 교수는 "북항 재개발 사업으로 일자리 10만 개 이상을 창출할 수 있다"며 "총 20조 원이 투입될 북항 재개발 지역이 성공하면 부산에 해양 르네상스가 꽃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열 부산대 교수는 "콤팩트 도시는 거리 줄이기가 핵심"이라며 "콤팩트 도심에 건강 개념을 접목해 걷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제철·조선산업 위축으로 경제가 어려웠던 스페인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도시 재생에 성공했다"며 "북항 재개발 지역에도 이런 멋진 건축물을 지어 관광객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중환 동명대 교수는 "한반도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이 크루즈 기항을 취소하는 등 국내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북항 재개발 지역에 복합 리조트를 건립해 관광객을 모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 부산시의원은 "자갈치시장에서 걸어서 우암부두까지 갈 수 있는 사람 중심 도시로 북항지역이 재탄생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항에 들어설 오페라 하우스는 부산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건물이 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홍군선 부산디자인센터 원장은 "북항 지역을 가장 안전한 도시, 가장 자전거 타기 쉬운 도시, 가장 깨끗한 도시, 가장 보행하기 쉬운 도시,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장 쉬운 도시, 스마트 도시로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기본 설계에 이런 개념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강병균 부산일보 해양문화연구소 소장은 북항 재개발 1, 2단계 사업을 통합할 새로운 네이밍 작업을 제안했다. 강 소장은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부산시가 협력해 해양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 소장은 "북항 지역은 부산 시민 품으로 돌아와야 할 곳"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요트 등을 즐길 해양 관광 공간도 조성하자"고 밝혔다.
■청중들의 흥미로운 제안
이날 토론회에선 청중들도 북항 재개발 방향에 관한 여러 의견을 내놨다. 서준범(57) 씨는 "북항 지역에는 한국 전통문양을 살린 건축물과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을 공연할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돔 경기장을 지어 일본과 한국 프로야구팀을 경기하게 하면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라고도 했다.
우주호 국토환경연구소장은 "물량 위주와 다른 도시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북항을 재개발하는 건 위험하다"며 "부산 역사와 문화를 살리면서 그와 연관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현식(52) 씨는 "북항을 아무리 훌륭하게 개발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면 고립된 섬이 될 것"이라며 "충장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걸어서도 쉽게 접근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