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협 대선 르포-전문가 전망] "최선 없다 판단해 차선 선택 많은 것"… 중도보수 성향 후보 유리?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대구·경북(TK) 표심이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반(反) 문재인 심리에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범 보수 후보들에 대한 사표심리까지 더해져 중도보수 성향을 가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보수는 힘들고, 文은 싫다"
표심 가르는 가장 큰 기준
■황태순 정치평론가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1987년 대선 때부터 늘 보수, 보수의 심장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30년만에 다소 불편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전략적 투표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니면 말지'라는 식으로 선거를 포기하는 유권자도 많이 양산될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TK 민심은 이미 지난 20대 총선 때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유승민 후보 같은 경우 배신자 낙인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됐고 홍의락, 김부겸 의원 등도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다. 중도적 성향의 가치를 선거에서 검증 받은 것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안철수 후보가 유리한 방향으로 표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영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번 대선만큼은 TK 표심이 역으로 흐를 것이다. TK 민심 기저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와 한ㆍ미 동맹 등 안보 문제에서 '종북'이란 낙인이 찍힌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여기에다 홍준표, 유승민 등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 아래, 사표 방지 심리가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전계완 정치평론가
TK 민심은 문재인은 싫고, 홍준표와 유승민은 안 될 것이니 차라리 안철수를 선택하자는 집단심리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실패한 정권을 추종하는 정치적 고립을 선택할지, 패권청산을 기치로 정권 창출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지 기로에 서 있다. 대구·경북은 결국 과거의 유산 대신 새로운 미래, 현상유지 대신 점진적 변화를 선택할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선거 정치에서 투표 행태는 이념적으로 정형화 돼 있다. 하지만 보수의 텃밭으로 통하는 TK가 이번 선거 만큼은 몰아주기 식의 과거 투표 패턴과는 다른 양상으로 흐를 것이다. 박근혜로 상징되는 근대화 시대의 강골 보수,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중도 보수,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야 성향 표심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표심이 분산될 것이다.
■신율 명지대정치외교학과 교수
현실에서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한 표심을 무시 못한다. 실망한 보수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는 표심의 다수가 반 문재인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매일신문=임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