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협 대선 르포-무주공산 忠淸] 불발된 '대망론' 아쉬움… 표류하거나 양분된 민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장미대선'이라 불리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전을 찾는 대선주자들의 '단골' 방문지인 대전 동구 원동 중앙철도시장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일보=박영문 기자

■대전=후보 결정 못한 안희정 표심

안 지사 좌절에 안타까움
대전 시민 "누구 찍을지…"
野 후보 선호, 결정은 못 해


"정말 안희정 지사가 후보로 나선다면 찍으려고 했어요."

지난 8일 대전 동구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 바쁘게 일을 하다 말고 지난 민주당 경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답을 이어가던 40대 여성 이모 씨는 안 지사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내비쳤다. 이씨는 "지역 출신에 외모도 준수한데, 말도 잘하고, 젊은 정치인을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경선을 통과 하지 못해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이씨는 최근 주변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충청권의 안 지사 지지층 일부가 안철수 후보로 이동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 상가에 물건을 사러 온 박은자(56·여) 씨는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누가 되든 지난 정부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이번엔 절대 보수 후보는 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 중구 문창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70대 할머니는 누굴 뽑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를 내며 "먹고사는 게 문제지,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무슨 문제여? 누가 되든 다 똑같지"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반면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만난 최재훈(27) 씨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화가 되는 보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층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보성향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유권자들은 대선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누굴 뽑아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듯했다. 인물 면에서 대체로 야권 후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종=사라진 충청대망론 큰 아쉬움

세종시 대평시장 사람들
"文보다 安 지지 늘어나는 중"
청년층은 "검증된 문재인"

"충청도 사람을 찍어야 되는데…, 몰라요. 안 찍어유~." 5일장이 열린 지난 7일 세종시 금남면 대평전통시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누구에게 한 표를 던질지 쉽게 말하지 않았다. 마땅히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 보니 선뜻 답변하기 곤란한 듯 했다. 시장 사람들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선호했는데 중도하차 해 버렸고,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선 "아직 더 커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투표를 하긴 해야겠는데 누굴 찍어야 할지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육균 대평시장 상인회장은 "찍을 사람이 없는데 그나마 안철수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장을 보러 온 김길석(58·여) 씨는 "주변에 문재인을 찍는다는 사람은 없어유. 안철수는 첨에는 생각도 안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선호하는 후보는 없지만 그래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표시다.

상인회장과 대평전통시장을 한바퀴 돌아본 결과 시장 분위기는 안철수 후보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 시장에서 수십 년간 양품점을 하고 있는 서금예(60) 씨는 "문재인은 화끈한 것 같고, 안철수는 진실한 것 같다"는 말로 대신했다. 옆에 있던 상인회장은 "그 말이 안철수를 찍겠다는 말이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젊은층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시청 공무원(40)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문재인밖에 없다"면서 "안철수는 어딘가 우유부단해 보이고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남=문재인과 안철수 지지 양분

"이번엔 민주 후보가 돼야"
문재인 승리-안철수 뒤집기
충남 도민들 지지세 양분

당진시 당진1동에 사는 차상길(72) 씨는 "안희정이든 문재인이든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돼야지. 안철수가 많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문재인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일주(43) 씨는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는데 아쉽게 됐다"면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진보 보수를 떠나 안정감 있는 후보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덕(45) 씨는 "문 후보는 국민의 뜻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국민들을 볼모로 집권당과 매일같이 대립각을 세워 국민 분열에 불을 지폈었다"며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상호 협치를 통해 올바른 정치를 해 국민 대통합의 선택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당진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지지했다는 인행순(63) 씨는 "대선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새누리당 시절)김무성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대결을 펼쳤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인기가 하락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아직 누구를 찍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하고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을 하는 최언규(60) 씨는 "지난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은 이인제, 당은 국민의당을 지지했다"며 "지금 안철수 후보가 대세론을 펴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어 흥미롭다"며 안철수 후보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부동산업을 하는 계룡시 두마면 신경호(54) 씨는 "보수세력이 지리멸렬해 눈에 띄는 후보가 없어 안타깝다"며 "남은 기간 정치 상황을 보고 될 만한 후보를 골라 찍겠다"고 말해 현실적인 투표 성향을 보였다.

충남 천안에 있는 충남북부상공회의소의 한형기(65) 회장은 "중국 미국 등 대내외적으로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 대기업 비중이 높은 충남도 예외가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난국을 타개해야 하지만 선두주자가 두 명인 상황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을 하고 합심해 국난극복의 역량을 발휘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거참여환경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한국청년연합회 천안지부의 임가혜(30) 간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선 가도에서 내려온 뒤 젊은 친구들의 대선 관심도가 조금은 줄었다"며 "많은 청년들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보여지듯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반기문 불출마 뒤 관심 시들

반기문 불출마 뒤 무관심
"진보-보수 대결보다는
인물 선거" 충북은 관망 중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충북의 표심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가 역력하다. 8일 벚꽃이 만개한 청주 무심천 변을 찾은 시민들은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청주 우암동에 사는 이상수(62) 씨는 "아직까지는 관망이여, 누가 좋다거나 하는 등 구체적인 얘기들을 하지 않고 있어. 나도 누굴 찍어야 할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여"라며 "이번 선거는 다른 때와는 달리 진보와 보수 대결보다는 인물 중심의 선거가 될 공산이 클 것 같어"라고 에둘러 말했다.

충북 음성군의 장호철(64) 씨는 "반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음성지역에서는 선거 열기가 시들해졌어"라고 말문을 연 뒤 "청주지역에는 후보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우리 음성에는 후보들이 오지도 않어. 그래서인지 선거에 관심들이 없어"라고 잘라 말했다.

충북 충주에 사는 김혜란(39) 씨는 "나라를 망쳐 놓은 사람들에게 다시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 촛불의 민심"이라며 "적폐 청산의 적임자인 문재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의 조명진(43) 씨는 "원래 안희정을 지지했는데 지금은 누구한테 투표할 지 정하지 못했다"면서 "문재인과 안철수, 유승민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투표일까지 꼼꼼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일보=김진로·인상준·차진영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