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원 일몰제'로 난개발 우려, 갈맷길 지킬 방도 찾아야
부산의 상징 '갈매기'와 '길'이 만난 갈맷길은 부산의 대표 관광자원이다. 임랑해수욕장에서 문탠로드에 이르는 1코스를 시작으로 오륙도, 태종대, 낙동강을 휘돌아 백양산, 금정산을 거쳐 기장으로 되돌아오는 700리(9개 코스, 총 263.8㎞)는 부산 사람들에게는 길 이상의 길이다. 바다, 강, 산, 온천의 사포지향인 부산의 속살과 만나는 역사와 문화의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맷길의 위기는 부산 삶의 위기를 뜻한다.
3년 앞으로 다가온 '공원 일몰제' 시행이 갈맷길 8개 구간을 끊어 난개발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는 '부산 살이'의 일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해안가 주요 공원들이 해제되면 1코스-봉대산·청사포공원 구간, 2코스-이기대공원 구간, 3코스-함지골공원 구간 등이 토막 날 것이라는 게 부산그린트러스트의 경고다. 20년이 지난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효력 상실로 공원, 유원지·녹지 등이 3년 후에 무더기로 풀리면 '개발 광풍'으로 갈맷길을 비롯한 부산의 자연이 몸살을 앓을 것은 불문가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부산시의 대처는 답답하기만 하다. 난개발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지만, 최근에야 관련 용역에 들어가는 등 직무유기 비판이 나오는 판이다. 부산시가 존치가 필요한 곳을 우선 지정해 앞으로 3년간 600억 원씩 총 1800억 원을 투입해 전체 해제 대상 사유지 중 10% 수준이라도 지켜 내겠다고 하지만 현실성 없는 보상가에다 촉박한 일정 탓에 뒷북 행정이라는 질타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갈맷길을 위협하는 공원 일몰제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자연경관은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도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자원이라는 점에서 국토 보전이라는 국가적인 안목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원·유원지·녹지 안 사유지를 지자체보다는 국가가 나서 적극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공원 일몰제에 대한 대안이 다가오는 '장미 대선'의 주요 공약으로 채택되어야 마땅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