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몰락' 사실일까, '침묵의 보수'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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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5·9 대선을 앞두고 보수 정치권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들 "보수의 공멸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절대 보수세력이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이같은 위기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보수후보가 상승세에 있다"는 소식은 한군데도 없다. 6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도 그 중 하나다.

홍준표·유승민 합쳐도
안철수 지지율 절반 안 돼

역대 대선 결과 분석하면
보수 후보들 40%선은 유지
이번 대선 단일화 '관건'

이 회사가 MBN·매일경제신문 의뢰로 5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참조)를 실시한 결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9.2%,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3.0%에 그쳤다. 진보진영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41.3%) 후보와 중도성향의 국민의당 안철수(34.5%) 후보에 비하면 형편없는 지지율이다. 한국당(10.5%)과 바른정당(5.0%)의 정당 지지도를 합쳐도 국민의당(21.3%)에 못 미친다.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는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39.7%) 국민의당(17.0%) 한국당(13.2%) 정의당(8.0%) 바른정당(4.9%) 순이다.

여기에 홍준표(한국당) 유승민(바른정당) 두 보수후보의 행태는 '보수의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두 사람은 비등하는 '보수 단일화' 요구를 외면한채 '나만 살고 보자'는 각자도생을 모색중이다. 1차 영남권 순회를 마무리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6일 호남과 충청권에서 득표활동을 벌였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1박 2일간의 PK 공략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대선 이후를 도모하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야말로 보수진영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바른정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한 유승민 후보. 연합뉴스
그렇다면 '보수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된 걸까? 역대 그 어떤 대선에서도 보수후보는 40% 정도의 득표를 했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으로 민주화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3대 대선에서도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6.64%를 얻어 통일민주당 김영삼(28.03%) 평화민주당 김대중(27.04%)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영삼(YS) 정부 말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보수세력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던 15대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8.7%를 얻었다. 당시 이 후보가 YS계를 내치지 않았더라면 국민신당 이인제(19.2%)가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40.27%) 후보에게 정권을 뺏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지배적이다.

선거전문가인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이번 대선에서도 40(좌파) 40(우파) 20(중도) 분포가 유효하다"고 말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여론조사 응답자의 60% 가량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좌파이고, 15% 정도가 우파(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 15%가 중도(국민의당 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파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수 후보들이 '후보 단일화' 요구를 조속히 수용하고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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