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진보도, 보수도 "적들의 옛 영광을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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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수진영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후보가 벤치마킹하는 과거의 대선 시나리오는 정반대라는 점이다.

문 후보는 보수진영의 이명박(MB)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문, 'MB 승리'와 국면 유사
홍, 'DJ 당선' 상황 재현 기대

2007년 대선국면은 여러모로 이번 대선과 유사하다. 당시엔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쌍끌이로 앞서가다 치열한 당내 경선 끝에 MB가 후보로 선출됐다. 이번에는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유력주자들이 포진했다. 문 후보를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이 최근까지 1~3위를 휩쓸었다.

문재인 대세론도 당시 이명박 대세론과 비슷하다. 문 후보는 대선국면 초반부터 선두를 지켰고 무난히 당내 경선에서 이겼다. 문 후보 측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유력후보 쪽으로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당이 지리멸렬한 점도 같다. 2007년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당시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번엔 옛 여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들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이다.

반면 홍 후보는 진보진영의 김대중(DJ)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대선이 리플레이되기를 희망한다.

1997년 대선에선 보수진영이 분열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이인제 후보가 탈당해 독자 출마하면서 표가 나뉘어졌다. 결국 DJ는 불과 40.3%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보수진영은 이회창 38.7%, 이인제 19.2%로 고배를 들었다. 이번엔 진보진영이 쪼개졌다.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각각 출마했고, 이들은 호남표도 서로 잠식하는 상황이다. 홍 후보가 다자구도에 승부를 걸고 있는 이유이다.

박석호 기자 ps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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