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잿빛 쓰나미'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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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

매번 대선이 있을 때마다 각 당에서 노인문제를 근시안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 불만이 많았다. 이번 '장미 대선'을 앞두고도 공감할 수 있는 노인문제 해결 방안을 아직까지 접하지 못하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인구는 우리 사회 곳곳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노인문제 해결 방안은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 체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준비하지 못한 사회는 다양한 혼란을 맞게 될 것이다. 고령화 대응력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국가는 경제가 나아져도 '잿빛 쓰나미'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8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2013년 0.9% → 2050년 7.7%

고령화 대응력 설계 못 하면
국가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게 돼

현재의 장기요양보험으론 한계
비공식적 돌봄 활성화시켜야


앞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노인인구 계층은 대체로 85세 이상의 고연령이다. 노인인구 증가를 가속화시키는 인구층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8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013년 0.9%에서 2030년에는 2.5%, 2050년에는 7.7%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사회의 통념은 85세가 넘으면 집에 가만히 계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연령 노인이 집에만 있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이 변했다. 이들도 뭔가를 배우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주로 경로당을 이용하며 별로 사회적 주목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계층은 건강하다가도 하루아침에 돌봄이 필요한 대상으로 전이되기 쉽다. 치매에 노출될 확률도 높고, 의료비·간병비·가족의 부양 부담감 등도 높다. 이들의 건강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과 돌봄 서비스의 현실화를 계획해야 할 때이다.

선진국에서는 '케어 매니지먼트' 제도를 두어 한 노인에 대한 케어 플랜(care plan)이 촘촘하게 짜여진다. 돌봄(care)의 기능도 가족의 봉양은 물론 의료나 간호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서비스 개념을 포함한다. 의료·간호·간병·상담까지 차트에 기록된 조사지를 보면 금방 어떤 서비스가 부족한지, 제공되어야 할 케어 종류가 뭔지 평가할 수 있는 통합적 돌봄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포괄 서비스라는 제도를 채택하여 각각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노인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케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법·관리·전문성에서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독일이나 핀란드의 경우 노인 케어 전문가를 길러 내는 바탕엔 노인에 대한 존엄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노인이 병상에서도 고령친화적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노인을 간병하고 돌보는 사람들의 건강까지도 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 환경은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즉, 노인이 사용하는 다양한 용구·서비스·고령친화 마을·항노화산업까지도 활성화해 고령화라는 상실된 잿빛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앞으로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전문가 양성이란 화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노인인구에 대한 건강관리, 케어, 상담 등 총체적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양성이 요청된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제도에 국한되어 제공되고 있는 공적 노인돌봄 서비스 제도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돌봄을 제공하는 체계도 활성화해야 한다.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돌보는 일은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의 노인 진료비는 증가 일로에 있다. 2014년 한국사회 지표에 따르면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노인 인구의 비)는 2012년 17.3명에서 2040년이 되면 57.2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방에서 치료까지 지역사회 에이징(Community Aging),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노력, 그리고 산업화를 통한 적극적인 노인돌봄 체계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사회복지시설 중 아동복지시설이 308개(2000년 209개), 장애인복지시설이 1397개( 〃 196개), 노인복지시설이 4996개(〃 250개)로 나타났다. 노인인구 증가가 사회 변화를 추동함을 알게 하는 수치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이 여가를 보내고 있고, 돌봄이 필요함에도 등급을 받지 못해 방치된 노인들이 늘어난다면 어찌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대선의 공약을 준비하는 각 당에서는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히 인식하여 보다 미래지향적인 노인정책을 구체화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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