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잡으려면 프레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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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장미 대선'의 본선 대진표가 4일 확정되자마자 각 대선후보들이 '프레임 전쟁'에 돌입했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돌발적으로 치러지는 초단기 대선이라 정책, 공약보다는 초기에 어떤 선거 프레임을 만드느냐가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통해 알려진 용어 프레임은 유권자들의 선거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의미한다.

정책 경쟁 어려운 단기 대선 
유권자 인식 틀이 판세 좌우 

문 "安 단일화는 적폐연대" 
안 "친문 패권세력이 적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구도 형성 움직임을 '적폐 연대'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문 후보는 전날 후보 선출 직후 "양자구도라는 것은 안 후보가 적폐세력들의 정권 연장을 꾀하는 후보란 뜻"이라고 직격했고,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4일 "국민은 정권교체를 원하는데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안 후보를 '정권교체 대상과 손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은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받아쳤다. 안 후보 캠프 최경환 선대본부장은 이날 "지금 적폐는 (친문재인)패권세력 아니냐. 양강구도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짜려는 것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 후보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의 발언은)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불의라고 하는 것과 같다. 계파 패권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했고, 박지원 당 대표도 "문 후보가 나 이외에는 모두 적폐라는 패권적 발상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패권세력'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진보 대 보수' 구도를 되살리는 데 진력했다. 홍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가 본격화되면 나라가 좌파에 넘어가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생길 것"이라며 "좌-우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유권자의 35~40%는 보수 성향이기 때문에 진보 표심이 3개 당으로 분산되고, 보수정당이 단일 후보를 내는 '4자 구도'가 완성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홍 후보의 판단이다.

그러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홍 후보와의 단일화는 바른정당을 시작한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보수 적통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선명한 진보'를 표방하며 차별화된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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