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구속…친박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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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구심점을 잃고 사실상 '폐족' 위기에 몰렸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당 대표로서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때부터 점차 형성되기 시작해 지난 2012년 대선을 전후해 당내 주류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옛 친이(친이명박)계로부터 '왕당파'의 지위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친이계가 계파로서의 명맥이 끊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친박계도 이제 '옛 친박계'로 불러야 하는 시절을 맞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31일 "어린 자녀들이 부모 잃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도 "친박의 물적 기반이나 논리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말했고, 익명을 요구한 다른 친박계 의원은 "무슨 가입신청을 받고 승인해주는 단체가 아니지 않으냐"며 "사실상 형해화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갔을 때,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자택을 나설 때 마중하거나 배웅했던 이들이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서청원, 최경환, 유기준, 윤상현, 조원진, 김진태, 박대출, 이우현, 이완영, 김태흠 의원 등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전후에 각종 공직을 맡거나 실권을 휘두르면서 위세를 떨쳤지만,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속도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폐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서 의원과 최 의원은 당원권 정지 3년, 윤 의원은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당하는 정치적 수모도 겪었다. 친박계 의원들도 앞으로 더이상 당내 세력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구속으로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고, 자택 방문이나 검찰청사, 이후 구치소 면회 등은 정치적 결집이 아닌 '인간적 도리'를 다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친박계는 앞으로 정치적 계파로서 존속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박 전 대통령과의 또는 의원들 사이의 친소 관계 정도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한국당의 세력지형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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