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두 전 동아창호 회장 "살아있는 동안 봉사와 마라톤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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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을 하던 때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기업 이익을 사회에 조금이나마 환원하기 위한 마음으로 노숙인 무료 급식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한옥두(75) 전 ㈜동아창호 회장은 2002년부터 16년째 부산 동구 부산진역에서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그는 매년 자신의 생일에 맞춰 500명분의 급식 비용을 제공하고 500명분의 초코파이, 바나나도 기부한다. 밥을 퍼서 손수 배달하는 봉사도 한다. 한 전 회장은 지난 28일에도 생일을 맞아 한일한우리복지회가 부산진역에서 실시한 무료급식 봉사에 참여했다.

16년째 부산진역 급식 지원
기업 법정관리 불구 봉사 지속
꾸준한 마라톤으로 건강 관리


"노숙인들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 저마다 사정이 있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료급식 봉사를 하면 보람과 행복함을 느낍니다."

경남 남해 출신인 그는 1968년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 유리제품 등 건축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인 ㈜동아창호를 창립해 2012년까지 경영했다. 그가 경영했던 회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 부산의 대단지 아파트 공사장에 창문 새시를 납품할 정도로 유명한 업체였다. 당시 국내 1군 건설사 8곳의 협력사가 될 정도로 번창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회사 경영을 잘했던 아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엔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경남 김해에 공장이 있었지만, 당시 건설경기 호황으로 경남 의령에 공장을 추가로 지으면서 엔화 대출을 받았죠. 그런데 엔화 환율이 2007년 100엔당 870원에서 1560원으로 배 가까이 치솟았어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기업은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저는 201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어요."

그는 감당하기 힘든 삶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의 삶의 지탱하게 한 것은 봉사와 마라톤이었다. "저의 사정도 많이 힘들어졌지만 무료 급식 봉사만큼은 계속하기로 했죠. 저보다 더 힘든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기 때문이죠."

그는 마라톤 마니아다. 1990년대 마라톤을 시작했다.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매주 세 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명지삼거리 사이를 왕복하며 42.195㎞를 달린다.

"춘천마라톤대회, 동아마라톤대회, 중앙마라톤대회 등 국내 유명 마라톤대회에 모두 출전했죠. 마라톤 풀코스를 평균 4시간 45분대에 주파합니다. 최근 동아마라톤대회에 나가 풀코스 200회 완주 기록을 세웠죠."

그는 10년 전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풀코스를 달리다 보면 30㎞ 지점이 가장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죠. 그때가 인생에서 30㎞쯤이었던 것 같아요. 봉사와 마라톤이 없었더라면 그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생의 힘든 구간에서 벗어난 그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봉사와 마라톤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는 현재 재부남해불교신도회장, 재부남해마라톤클럽회장을 맡고 있다. 부산전문건설협회 부회장과 남해군 남명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역임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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