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후보 단일화'하더라도 정책 연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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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기 대선의 윤곽이 사실상 5자 구도로 좁혀지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5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다. 논의의 핵심은 '대세론'에 올라탄 문 전 대표에 맞서 중도와 보수가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비문(非文)과 반문(反文), 안 전 대표와 홍 지사·유 의원이 뭉쳐 '빅텐트'를 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하지만 단일화의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우선 보수 진영만의 단일화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중도의 안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홍 지사를 포함시켜 단일화하는 것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촛불 민심에 의해 탄핵을 당한 친박 중심의 당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몇 가지 변수들이 선거판을 이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후보와 당을 빈털터리로 만들 수 있는 1인당 500억 원이 넘는 선거 비용 부담은 단일화 논의를 추동하게 돼 있다. 무엇보다 대세론 앞에서 '승산이 없는 게임'이라는 판단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각 세력의 이합집산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등은 제3지대에서 계속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가치와 정책의 공유 없이 그냥 누구에게 맞서 보자는 식으로 이뤄지는 단일화를 판단할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를 패배주의라고 했다. 정치는 명분과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 허구한 날 핏대를 세우면서 정치를 공전시키던 세력들이 정략적으로 합치는 것 자체는 야합이다. 야합의 대가는 선거 이후 또다시 국민들이 치러야 할 빚이 될 뿐이다.

단일화를 말하면서 독일의 대연정을 언급하기도 한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연방제 전통이 강한 국가다. 그래서 대연정을 위한 단일화는 더 강력한 분권시대를 향한 개헌 전망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단일화는 신뢰와 소통, 양보와 합의가 전제된 새 시대 정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연대 없이 패거리가 모이는 식의 단일화 논의는 시대에 뒤떨어진 억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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