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4호기 냉각재 누출] 정지 후 고리 주변 실시간 방사선 수치 정보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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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냉각재가 누출돼 28일 수동 정지된 고리원전 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고리원전 4호기 원자로의 냉각재 과다 누출로 인한 28일 수동정지 사태에 대해 환경단체는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 사고"라고 평가했다. 지난 26일부터 냉각재 누출이 감지됐음에도 28일에야 가동 정지에 들어간 점, 정지 후 몇 시간 동안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이 향후 더 큰 사고 발생 가능성마저 우려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격납건물 부식 가능성에도 '괜찮다'

이번 누출 사고가 일어난 고리 4호기는 최근 격납건물 철판(CLP) 부식사건으로 논란이 된 고리 3호기와 쌍둥이 원전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영광 2호기 격납건물 철판에는 구멍이 났고, 고리 3호기 등 4곳의 핵발전소에서 부식이 발견됐지만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핵발전소와 정부의 태도"라며 "이번에 누출된 냉각수 양이 300ℓ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양이 샜다면 최악의 경우 멜트다운(냉각장치가 정지돼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격납용기 밖으로 방사성물질이 유출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냐"고 비판했다.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
16개 지점 수치 '점검 중'
원안위 "데이터 송수신 문제"

격납건물 철판 부식 논란에
냉각재 누출 겹쳐 시민 불안

한수원 "예방정비 앞당기고
내부철판 점검도 실시할 것"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1차측 냉각재가 누출됐음에도 한수원 측은 "외부 환경으로의 방사선 영향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발전소 내 방사성물질 오염에 관해서도 "허용치 이상 수준이 아니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집수조 물도 전문업체의 처리를 거친 뒤 액체폐기물 형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배관 용접 부위나 밸브 등을 이어 붙인 곳은 냉각수 누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부위"라면서 "큰 안전사고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누출량을 비롯해 이번 사고가 시설 노후나 용접 불량 등으로 인한 문제였는지, 부품 교체 시기를 놓친 것인지 원인을 자세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격납건물 내부철판 부식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한수원은 28일 "오는 7월로 예정됐던 고리 4호기 계획예방정비를 앞당겨 이번에 내부철판 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은 '점검 중'

고리 4호기를 멈춘 이후 정보공개 부분에서도 허점이 노출됐다.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각종 정보공개 시스템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장다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날 오전 7시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에 접속해 보니 고리 주변 16개 지점 수치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점검 중'이라고 떴다"며 "원전 사고 때 시민들에게 주변 방사선 수치를 알려줘야 할 시스템이 정작 필요한 때 '먹통'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한수원과 KINS 간의 데이터 송수신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환경단체는 "시스템 오류 원인을 추정만 하지 말고 정확하게 규명하고, 사고 전후 실시간 방사선 수치를 전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에 따르면, 또 이날 오전 10시께 KINS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은 고리 4호기 가동정지를 '고리 2호기 외 1개 호기'에서 'ddd'란 제목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잘못 공개하기도 했다. 한수원 측은 "고리 3·4호기가 있는 고리 2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건을 고리 2호기로 잘못 게재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원자로 정지가 발생했음에도 언론 등을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되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관계 기관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등록되었다"며 "심지어는 27일 발생한 월성 4호기 핵연료 추락 건은 28일 고리 4호기 수동정지 관련 정보 뒤에 공개되는 등 엉망진창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자영·민소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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