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절대와 자유'전] 추상으로 그려낸 자연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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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절대와 자유' 전에 전시되는 '산'(1968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1916~2002년)의 주요 작품을 망라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은 29일부터 6월 25일까지 2층 전시실에서 '유영국, 절대와 자유' 전을 개최한다. 개막식(28일 오후 4시)에는 전시 공동기획·주최자인 국립현대미술관의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유영국미술재단의 윤명로 이사장, 작가의 유족인 유진·유자야 이사 등이 참석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실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거장
유학 시절부터 절필까지
60년 화력 담긴 70여 점 전시
작가 도구 모아 작업장 재현도

유영국은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의 '쌍벽'을 이루는 거장. 한국의 자연을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형태로 빚어낸, 최고의 조형 감각을 지닌 작가였다. 김환기와 같은 해 태어난 이중섭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미술계에서 유영국은 '작가가 사랑하는 작가'로 존경을 받아왔다.

경북 울진의 부유한 지주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유영국은 1935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문화학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무라이 마사나리 등 영향력 있는 일본의 추상미술 리더들과 교류한 그는 1943년 태평양전쟁 발발 후 귀국했다.

1947년 김환기 이중섭 등과 '신사실파' 결성을 주도한 유영국은 1955년 이후 서울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모던아트협회, 신상회 등 전위적인 미술 단체를 이끌었으며 서울대, 홍익대 교수로 재직했다. 1977년 발병한 심근경색으로 심장박동기를 달아야 했고 30여 차례나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작업을 이어갈 만큼 유영국에겐 '오직 그림뿐'이었다.

'작품'(1980년).
그의 작품에는 기본적인 조형요소인 점(點) 선(線) 면(面) 형(形) 색(色)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긴장과 대결을 하기도 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맑은 계곡, 붉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작품은 진경(眞景)은 아니지만, 추상화된 조형의 힘이 오히려 자연의 '정수(Essence)'로 향한다.

이번 전시에는 일본 유학 시기부터 1999년 절필작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60여 년 화력(畵歷)이 담긴 작품 70여 점이 선보인다. 최절정기로 최고의 미학적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1960년대 유화 20여 점도 공개된다. 유영국과 함께 활동했던 일본 전위미술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생전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 중인 유 화백의 모습.
사진·다큐멘터리 영상 등 아카이브도 90여 점 전시된다. 자녀들이 간직했던 유영국의 작업 도구를 그대로 옮긴 아틀리에(Atelier)도 재현했다. 가로 10m 초대형 '포토존'과 관람객이 추상화를 그려보는 '힐링아뜰리에' 등 체험코너도 마련된다.

김영순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모더니스트 유영국의 전위적 면모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자연에 천착한 순수추상의 도정이 펼쳐진다"며 "작가에 의해 고향의 산과 풍경이 어떻게 미술의 국적을 취득하면서도 절대 보편의 순수미에 도달했는지를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국, 절대와 자유'=6월 25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성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7세 이하·65세 이상 무료. 051-744-2602.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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