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뺏기고 조직 붕괴해도 그저 바라만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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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만들고 있다."

부산·울산·경남(PK)지역 보수 지지층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5월 대선을 앞두고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기존 지지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지역 조직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수정당의 중앙당 지도부와 지역 정치권이 'PK 인재 유출'을 방치하고 있어 보수 지지자들의 원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PK 한국당·바른정당
"인사 영입" 큰소리 말뿐
당협위원장 인선 손놔
민주당은 인재 '쓰나미'
보수 지지층 불만 고조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양분될 당시에만 해도 PK 보수 정당들은 "상대를 압도할 만한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물론 한국당은 울산·경남 일부 지역에 경쟁력있는 인물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의 진척은 없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두 차례 이상 PK 조직책을 공모했지만 아직도 당협 조직위원장을 인선하지 않고 있다.

양당의 고위 인사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최강자를 뽑겠다"고 말할 뿐 사실상 외부인사 영입을 포기한 상태다. PK지역에선 "기존의 신청자 중에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빨리 인선해 조직을 관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당 지도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방의원을 '조직위원장 대행'으로 임명한다는 현실성 없는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PK 보수세력들이 '인재 수혈'이라는 정당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면서 한국당 지지율은 정체돼 있고, 바른정당은 정의당에서도 뒤지는 최약체 정당으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이헌승 부산시당 위원장은 26일 "이르면 27일 조직강화특위가 열릴 것으로 안다"며 "부산에도 몇군데 조직위원장이 새로 임명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조직관리에 손놓고 있는 사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인재 사냥'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보수 정당의 침체와 문재인 전 대표의 상승세가 겹쳐 우리와 함께 하려는 인사들로 넘쳐 난다"며 "20년 넘게 PK에서 정치를 했지만 요즘처럼 인물들이 몰려드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야권으로의 '인재 쓰나미'가 시작됐다고 한다.

실제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 등 부산지역 유력인사는 물론 지방권력 출신들이 '문재인호'에 경쟁적으로 탑승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의 상당수가 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대신 민주당 공천을 신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지방권력 교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대선도 좋지만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보수진영이 인물 경쟁에서 우위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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