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는 공상과학소설 속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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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힘/고장원

영화 '코드명 J'의 한 장면. 이 영화는 기억복제기술이 공공연하게 상업화된 가까운 미래를 그린다. 추수밭 제공

미래의 과학과 기술, 우주여행, 시간여행, 초광속 여행, 평행우주, 외계 생명체 등의 상상적 내용을 담은 소설을 일컫는 말이 공상과학소설이다. 흔히 약칭으로 SF(science fiction)라고 쓴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1869년에 쓴 '해저 2만리',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가 1895년에 쓴 '타임머신' 등은 SF의 고전으로 불린다. 이들 작품이 허황된 세계를 표현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종종 그 허구적 세계는 현실이 되어 돌아 오곤 했다. 이를테면 사이먼 레이크가 1894년 개발한 잠망경이 달린 잠수함은 1869년 그가 12살 때 읽은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잠수함·컬러TV·자율주행차…
이미 현실이 된 SF 속 상상들

과학칼럼니스트가 안내하는
미래 과학기술과 인류의 과제

이러한 예는 수없이 많다. 미국 SF의 아버지 휴고 건즈백이 1927년 발표한 장편소설 '발명왕 랠프'에 등장했던 컬러TV와 비디오 전화, 그리고 원격화상회의는 이미 과거가 돼 버렸다.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장편소설 '멋진 신세계'는 오늘날 주목받는 인간복제기술의 기본 원리를 묘사했다. 1950년 아이작 아시모프가 소설 '아이 로봇'에서 예언했던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 이 역시 현실이 되었다.

<SF의 힘>은 이처럼 허황한 공상을 눈앞의 현실로 바꿔온 SF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한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빌 게이츠, 레이 커즈와일 등 오늘날 세계의 신기술을 주도하는 리더들은 SF를 강조하며 읽어야 할 추천도서로 SF작품을 빼놓지 않는다.

과학칼럼니스트이자 SF평론가인 저자 고장원은 SF 작품들을 관통하는 미래의 기술과 인류의 과제를 10가지로 집약해 우리를 미래로 안내한다.

먼저 첨단 테크놀로지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과학적으로 규명하며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이를테면 영화 '코드명 J'(1995년), '6번째 날'(2000년)에 등장하는 기억 복제 부문이다. 저자는 아직 이 부문은 걸음마 단계지만, 유전자 기반 기억 정보의 공유를 통한 기억의 공유 가능성은 해외에서 실험된 바 있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부처를 유전공학으로 되살리는 저자의 상상도 매우 흥미롭다.

책은 유전자조작 수술이 성행하는 미래 사회와 인위적 지능향상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맞이할 사회·윤리적 논란도 다룬다. 또 오늘날 대중의 사랑을 받는 SF콘텐츠가 어떻게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갔는지도 알려준다. 요컨대 조지 오웰의 SF소설 '1984년'을 멋지게 리메이크해 폭발적인 인기를 낳은 애플 컴퓨터의 '1984년' 광고는 매킨토시가 '빅 브라더'라는 기성체제에 대한 저항과 대안적인 권력의 구심적으로 부각하는 데 일조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를 통해 "'빅 브라더'와 같은 거대기업에 맞서 '테크놀로지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구축하기도 했다.

민간 우주개발사업의 선두주자 일론 머스크는 다른 어떤 철학책보다 SF야말로 인생의 고민을 해결해준 책이었으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준 원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의 신기술을 주도하는 리더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영감의 원천으로 SF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테크놀로지의 전망과 함께 미래에 대비하는 통찰을 얻게 해주는 게 바로 SF의 힘이다"고. 우리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AI), 가상 현실 등 제4차 산업혁명의 주축도 이미 SF에서 예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F가 보내온 미래의 신호 앞에 당신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고장원 지음/추수밭/460쪽/1만 80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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