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연금 우리도 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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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최근 6년간 봄만 되면 음원차트를 정복하며 '벚꽃좀비'란 별칭을 얻었다. 뮤직비디오 캡쳐

'계절의 여왕' 봄이 왔다. 산골짜기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산등성이에는 분홍빛 진달래꽃이 가득하다. 시원한 산들바람까지 사방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이 분주하다. 춥고 긴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이 시기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이들은 '봄노래'의 으뜸으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012년 3월 발매 직후 6년 연속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봄노래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지난달 27일 음원 차트에서 선보이더니 어느새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벚꽃엔딩' 성공 이후 가요계에는 '제2의 벚꽃엔딩'을 꿈꾸는 노래들이 들리고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6년째 봄만 되면 폭발적 인기
50억 원 넘는 저작권 수입 안겨

뒤이어 로이킴 '봄봄봄'
이문세 '봄바람' 장윤정 '벚꽃길'
차오루·키썸 '왜 또 봄이야'…
새로운 '봄캐럴' 정상 노려

봄 노래의 또 다른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로이킴의 '봄봄봄'. 뮤직비디오 캡처
■매년 봄철 기승 부리는 '벚꽃좀비'

'벚꽃엔딩'은 발표 당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봄이 지나자 금세 시들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1년 후 별다른 활동이나 홍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슬그머니 다시 등장하더니 주요 음원사이트들을 정복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한동안 신곡들에 좌절을 안기던 이 곡은 6년째 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좀처럼 죽지 않아 '벚꽃좀비'란 별명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버스커버스커에게 매년 '두둑한' 저작권 수입을 안기기 때문에 '벚꽃 연금'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그 금액은 지금까지 5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봄 노래의 왕좌를 노리는 장윤정의 신곡 '벚꽃길'. 빌리프엔터테인먼트 제공
편안하면서도 흥겨운 멜로디가 특징인 '벚꽃엔딩'은 자연스레 봄을 연상시키는 음색과 가사도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라는 가사로 듣는 이들의 '연애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곡을 만든 장범준은 숨겨둔 반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노래는 벚꽃은 피는데 저는 애인과 결별한 직후라 모두 헤어지라는 질투심에 만든 곡이었고 그래서 제목에 '엔딩'을 집어 넣었죠." 
풋풋한 연애의 시작을 담아낸 에릭남·전소미의 '유,후?'. CJ E&M MUSIC 제공
■'연애 욕구' 자극하는 '봄캐럴'
 
'벚꽃엔딩'의 성공으로 가요계에는 '봄캐롤'이라는 새 장르가 만들어졌다. 이 장르의 노래는 두 가지로 나뉘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먼저 겨우내 잠든 '연애 세포'를 깨우며 봄 향기를 풍기는 노래들이다. 좋은 본보기가 2013년 발표된 로이킴의 '봄봄봄'. 이 곡 역시 '벚꽃엔딩'과 함께 매년 차트에 진입한다. 또 2015년 이문세가 발표한 '봄바람'과 지난해 비투비가 내놓은 '봄날의 기억'도 비슷한 사례다. 여기에 올해 장윤정의 '벚꽃길', 에릭남과 전소미의 '유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대로 커플들을 '저주'하는 반전 노래들도 눈길을 끈다. 2014년 아이유와 하이포가 함께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가 대표적. 달콤한 멜로디와 달리 "내가 솔로인데 봄이건 벚꽃이건 무슨 상관"이란 삐딱한 가사가 웃음을 유발한다. 지난해 밴드 10㎝가 발표한 '봄이 좋냐?'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지난주 차오루와 키썸이 내놓은 '왜 또 봄이야' 역시 반항적인 냄새를 풍긴다.
봄이 왔지만 처량한 솔로 신세를 한탄하는 반전 가사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N.A.P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대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소위 '봄캐럴'은 음원 시장을 활성화하며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아무튼 '벚꽃엔딩'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봄노래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버스커버스커가 올해도 정상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곡이 '봄노래의 왕' 자리에 오를 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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