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마른 수건 쥐어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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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어느 날 새로운 건물을 짓고 싶어 하는 건축주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그가 희망하는 스타일의 건축 사진 몇 장이 들려져 있었다.'

어느 원고에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신문에는 고딕 부분이 삭제된 채 나갔다. 꼭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원고를 받아 보면 군더더기 말이 꽤 많다. 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군더더기라는 인식이 옅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지면을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문장이 짧고 깔끔해지면 의미 전달도 더 잘되기 때문에, 퇴고할 때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하는 게 좋다.

'비싼 집세 때문에 베이징 거주 일부 외국인들 가운데는 옌자오, 통저우, 창핑, 순의 등 도심 외곽 지역으로 거주 지역을 옮기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보자. 우선 '일부 외국인들'은, 서술어가 '증가하다'이기 때문에 '외국인'으로 줄일 수 있다. '외곽 지역으로 거주 지역을'은 '외곽으로 거주 지역을', '옮기는 이들의 수가'는 '옮기는 이가'면 충분하다. '증가하고 있다'를 '늘고 있다'로 바꾸는 것도 자수를 줄이는 방법. 거기에다 다른 중복 요소를 모두 없애고 다듬으면 이렇게 된다.

'베이징의 비싼 집세 때문에 옌자오, 통저우, 창핑, 순의 등 외곽으로 거주 지역을 옮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60자에 달하던 문장이 42자로 줄어든 것이다. 꼼꼼히 살펴보고 곰곰이 생각하면 빼도 되는, 빼야 하는 군더더기 말은 널렸다.

'만드는 데 드는 비용/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페널티지역 안으로 침투'를 대체 어떻게 더 줄이느냐고? '만드는 비용/모자를 쓴 모습/페널티지역으로 침투'로 손보면 된다. 또 '한복 두루마기'는 '두루마기'로, '해외 망명'은 '망명'으로 줄이면 된다. 어느 신문을 읽다 보니 <손아섭-이대호-최준석 타선라인 기대 못 미쳐>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 역시 '타선'과 '라인' 가운데 하나는 줄일 수 있었겠다.

이렇게 글자 수를 줄이고 다듬다 보면 단순히 글이 짧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부드러워진다는 건 더욱 우리말다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①계약에 성공할 경우 10%의 수수료를 받는다.

②계약에 성공할 경우 수수료 10%를 받는다.

③계약에 성공하면 수수료 10%를 받는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 효과를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때 느끼는 짜릿함이 교열하는 보람이랄까.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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