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신은 사퇴해도 새 도지사는 뽑지 말라는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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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국면에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 문제가 논란거리다.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나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일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도지사 보선은 없다"고 거듭 못 박았다. 이는 사퇴 시한인 4월 9일 늦게 지사직을 사퇴하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면 보선 실시 사유가 발생하는 시점이 4월 10일로 넘어가기 때문에 보선을 치를 수 없게 된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대선과 보선을 동시에 실시해야 하며, 30일 전인 4월 9일까지 보선 실시 사유가 확정돼야 한다. 홍 지사가 "보선이 없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지방선거로 새 도지사가 들어서는 내년 7월까지 15개월 동안 '도지사 공백'을 방치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입장이다. 선거법도 임기만료일까지 1년 이상이 남았을 때는 보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홍 지사의 논리는 과장한 측면이 있다. 그는 경남도청 확대 간부회의에서 "도지사 보선은 200억 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선관위 해명에 따르면 조기 대선과 함께 치를 경우 130억 원이 든다.

홍 지사가 "보선은 없다"며 내세우는 다른 근거는 "도정이 행정부지사 체제로 가더라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잘 세팅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 자의적인 판단이다. 선출직인 지사 없이 임명직인 행정부지사 체제로 도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은 지방자치제 대의에 어긋난다. 아무리 잘 세팅돼도 권한대행 체제는 임시적이고 제한적이다. 경남도정이 잘 세팅돼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홍 지사가 아니라 도민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선 실시 여부를 사퇴하는 도지사가 결정하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 홍 지사는 '성완종 1억 원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아직 남겨두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그간 거침없는 언행으로 많은 이슈를 만들어 왔다. "보궐선거를 노리는 꾼들이 많다. 헛꿈 꾸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직무에 충실하라"는 그의 말도 지나치다. 지사 자리가 홍 지사 개인 것은 아닐 것이다. 선관위는 법의 허점을 찌르고 들어오는 저 수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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