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노년기 심한 잠꼬대·발길질, 파킨슨병·치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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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수애(42·여) 씨는 보통 오전 7시에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맞춘다. 하지만 오전 3시, 4시, 5시 등 수시로 잠을 깬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박 씨는 그 다음날 하루종일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잠이 들기도 힘들고, 간신히 잠드는 데 성공해도 수시로 잠을 깬다. 수면장애다. 박 씨와 같이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노년기 잠꼬대 심하면 주의해야

수면은 렘수면(REM)과 비렘수면(non-REM)으로 구분한다. 비렘수면은 깊은 수면으로, 전체 수면의 75∼80%를 차지한다. 비렘수면 동안에는 호흡은 느려지고, 심장박동 및 혈압이 떨어진다. 반면 렘수면은 각성 상태에 가까운 얕은 수면이다.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
잠들기 전 명상·음악 도움

잠자리 불편한 요통환자
옆으로 누워 자는 게 좋아

수면제 4주 연속 복용 피해야

갓난아이의 경우 전체 수면의 약 80%가 렘수면이나, 성인이 되면서 렘수면은 짧아지게 된다. 성인의 렘수면은 일반적으로 전체 수면의 약 20~25%(보통 90~120분) 정도 나타나며, 하룻밤 동안 4~5차례 반복한다. 렘수면 동안 아주 얕은 잠을 자거나 꿈을 꾸게 된다. 렘수면 동안 뇌의 신경 활동은 깨어 있을 때와 상당히 유사하다. 따라서 렘수면 동안 꾸게 되는 꿈은 눈에 보이는 듯이 선명하게 발생하며, 여러 가지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잠을 잘 때 유독 잠꼬대가 심한 사람들이 있다.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구르거나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발길질을 하기도 하고, 같이 자는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렘수면 행동장애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렘수면 동안 꿈속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수면 도중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김성은 교수는 "노년기에 발병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주의가 필요하다. 렘수면 행동장애가 보이기 시작한 뒤 5~10년 후에 파킨슨병 및 치매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년에 잠꼬대가 심하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 수면 환경 등이 원인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수면장애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밀접한 연관관계에 놓여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잠들기 힘들거나 수시로 잠이 깨는 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더욱 잠들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잠들기 전 명상을 한다거나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주는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잠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 환경도 무시 못 한다. 잠을 자는 공간이 잠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신경에 거슬리는 소음이 계속된다거나 네온사인과 같은 불빛이 창문을 통해 번쩍인다면 잠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침실 환경을 좀 더 수면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빛이 거슬린다면 암막커튼을 치고, 소음이 문제라면 귀마개를 이용한다. 침대 매트리스 상태, 실내온도와 습도 등도 수면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같은 부분이 수면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허리와 등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만성요통환자라면 잠을 잘 때 편안한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지만 증세가 쉽게 완화되진 않으므로 수면 자세에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등으로 가해지는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선 바로 누워 자는 것보단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낫다.

호르몬 수치는 수면과 같은 일상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호르몬 수치가 요동친다거나 불균형한 상태가 지속되면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렵다. 특히 여성은 월경주기, 임신, 폐경기 증후군 등으로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가 크고 민감하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떨어지면 열감이 느껴지고 이로 인해 잠을 빈번하게 깬다거나 수면의 깊이가 얕아지게 된다. 불편이 너무 클 땐 병원 상담을 통해 호르몬 대체요법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경미 교수는 "약물치료는 비약물학적 방법을 모두 시도해 본 다음에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제를 4주 이상 연속적으로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소량에서 출발해 간헐적인 투여를 하는 것이 좋고, 약을 중단할 때는 의사와 잘 상의해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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