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맡겼다가 부산 300명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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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세무사가 종합소득세를 허위로 신고해 국세청이 거액의 탈루 세금을 추징했다. 부산에서도 이 세무사에게 신고를 맡겼던 개인사업자 수백 명이 '세금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세무사가 개인사업자 4000여 명의 종합소득세를 허위로 신고해 국세청이 거액의 탈루 세금을 추징하는 희대의 사건이 터지자 부산에서도 이 세무사에게 신고를 맡겼던 개인사업자 수백 명이 '세금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특히 영세 사업자의 경우 수천만 원 이상의 추징금은 생계에 큰 부담이지만, 국세청은 예외 없이 추징한다는 계획이어서 양측 사이에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의 모 입시학원 강사 A 씨는 최근 세무서로부터 1억 원 이상의 추징금을 내라는 안내서를 받고 두 눈을 의심했다. 2011년부터 납세에 문제가 발생했고, 5년 치 탈루액에다 신고불성실가산세 40%를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가 2011년부터 종합소득세 신고를 맡긴 세무사 Y 씨가 허위로 서류를 제출해 환급을 받게 해준 것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A 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세무사의 능력이 좋아 절세를 해준 줄 알았는데, 탈세를 했는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종소세 신고 대리한 세무사
허위 자료로 과다환급 적발
의뢰인 졸지에 탈세범 전락
수백만 원서 억대 추징 위기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Y 씨에게 종합소득세 신고를 맡겨 세금 추징을 당하게 된 개인사업자만 전국에서 4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중 부산에서는 보험설계사, 학원 강사, 자동차 딜러 등 300여 명이 Y 씨와 거래했는데, 추징금액만 수백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세청은 매월 개인사업자들의 소득세 3.3%를 떼놓은 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후 환급 여부를 결정한다. 보통 세무 지식이 적은 개인사업자들은 세무사에게 종합소득세 신고를 맡긴다.

Y 씨는 다른 세무사보다 저렴한 수수료에 환급을 많이 받아준다는 유인물을 무작위로 배포했고, 개인사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많은 고객을 모집할 수 있었다.

실제 Y 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허위 경비 지출 자료를 일괄 적용한 뒤 제출해 환급금을 많이 받아주기도 했다. Y 씨는 지난해 10월 세무조사를 받을 때 본인의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나 구속되면서 이 같은 종합소득세 허위 신고가 드러났다.

국세청은 다음 달까지 해당 사업자들로부터 2011~2015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과정에 있었던 경비 사용 내역 소명자료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만약 고의로 탈루한 정황이 드러나면 신고불성실가산세 40%를 추가로 낼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사가 세무업무를 모두 대행했다고 해서 납세자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추징금액이 과하면 분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들의 업무 특성상 경비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 딜러 B 씨는 "자동차를 팔려고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게 일인데, 경비로 인정될 만한 게 많지 않다"면서 "세무당국은 지난 5년 동안 Y 씨의 불법을 왜 적발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야 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던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박세익·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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