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교육 혁신과 인문학적 창의력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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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효 동부산대 교수

지난해 세기적인 장면이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인간에 대한 인공 지능(AI)의 강력한 도전을 예고한 것이다. 로봇, 드론, 자율 주행 자동차 등과 같은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조만간 일이나 직업 세계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됨은 틀림없다. 이에 따라 기존의 직업 중 상당수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작 한국 교육의 근본적 변화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부산 교육이 심각하게 직면하고 있는 동서 간 학력 격차 문제도 근원적으로 학생을 위한 미래지향적 인문학 콘텐츠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학생 맞춤형 진로 설계의 핵심인 자기 주도적 진로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순한 물리적 직업 탐색을 넘어서는 인문학적 창의력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직업 탐색이란 자기 존재와 직업 자체에 대한 주체적인 이해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 시대의 학교는 학생들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인생 설계에 대한 체계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란 자기 인식적 물음에 대하여 이젠 학생 스스로가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문학적 사유 능력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미래 지향적 마인드를 심어 주는 데 핵심적인 도구인 까닭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IMF 발생 이후,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지면서, 평생직업이란 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기술의 생명력이 짧아지면서 동시에 교육의 생명력도 점점 단축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맞춤직업이란 말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바,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활용, 사회에서 필요한 직업을 스스로 창조한다는 뜻이다.

점차 학교도 진화하여 학생들의 가능성, 즉 잠재적 능력 발굴과 사회 적응 능력 강화 중심으로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시점에서 10년 후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므로, 인문학적 창의력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사회의 어떤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즉시 적용·응용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 그래서 필자는 부산시교육청, 부산시청과 각 구·군청, 부산 시내 대학들, 다양한 전문가 집단 등으로 구성된 가칭 '인문학적 창의력 교육 클러스터' 구축을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인문학적 창의력은 현재 교육 여건상, 부득이 전략적 교육 프로그램이나 비정규 교과목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창의력 교육의 핵심 내용을 예시하면, 미래 일·직업, 직업 선택, 인성, 행복, 시간 관리, 자기 심리 분석, 학습 전략, 뇌 과학, 창의력, 논리적 사고, 글쓰기 등이다. 인문학적 창의력 강사로서는 우선 부산 시내 대학교수들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예산 등을 고려, 약간의 재능 기부 차원에서 교수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방법으로서, 처음에는 주제별 특강 프로그램을 개발, 핵심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단기·중기 계획에 의하여, 체계적 교재를 개발하고, 특강 프로그램에 대한 동영상도 제작, 무료 온라인 교육 시스템도 구축한다.

21세기 자기 공부 시대를 맞이하여, 오로지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을 위한 인문학적 창의력 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부산 교육 혁신을 이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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