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는 성추행, 병원은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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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한 교수가 전공의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을 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병원 측은 피해자의 투서를 통해 피해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이를 은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14일 양산부산대병원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 대학병원 A 교수가 여성 전공의들을 상대로 수년간 수시로 손을 잡거나 안마를 해 달라는 등 과도한 신체 접촉을 요구하는 성추행을 해 왔으며 상습적인 성희롱적 발언도 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노조 주장
"전공의 언어·신체적 괴롭힘
최소 3명 수년간 피해 확인"

투서 불구 뒤늦게 진상 조사

사안을 접하고 자체 파악에 나선 노조 측은 "현재까지 A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가 최소 3명"이라고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2011년부터 A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으며, 최근 2~3년 사이 피해를 입었다는 전공의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 외에도 추가 피해자들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A 교수가 전공의와 1 대 1로 있을 경우 수시로 안마를 요구했으며, 손을 잡자고 해 그 손을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고 손을 빼지 못하도록 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또 새벽까지 집에 가지 못하게 하고 강제 데이트를 요구하거나 예쁜 옷으로 바꿔 입고 나오라는 등 불필요한 요구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40대 남성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들 중 누군가가 익명으로 지난달 초 양산부산대병원 측에 이 같은 내용으로 투서를 보내 해당 교수를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병원 측은 되레 이 투서를 문제의 A 교수에게 알려주면서 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를 병원의 명백한 은폐 시도로 보고 있다. A 교수가 이 사실을 알고 전공의들에게 누가 투서를 전했는지 캐물었고, 자신의 행동은 호의였지 성추행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던 것으로 노조는 전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말 본원인 부산대병원과 의사협회, 전공의협회 등에 광범위하게 투서를 전달했다. 이에 부산대병원 측이 변호사를 통해 지난주까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부산대병원 변호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투서 내용에 대해 관련자 여러 명에 대한 사실 조사가 최근 끝났고, 해당 교수에 대한 임명권이 부산대학교 총장에게 있는 관계로 이후 절차 진행을 위해 조사 결과를 조만간 부산대학교 쪽으로 이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이와 관련, "진료처장이 익명의 진정서를 받았다며 내용에 대해 소명하라 해 소명했으며, 이후 학교 절차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진정서 내용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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