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사저 복귀] 사저 앞 짧은 메시지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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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복 대신 지지자 결집… '억울한 탄핵' 호소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 여 만에 12일 사저로 복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간단하지만 다양한 의미가 함축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날 박 대통령이 발표한 메시지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는 분석이다.

당초 청와대는 별도의 메시지 발표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냥 사저로 들어가지 않았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사저로 복귀하는 자신의 심경을 짤막하게 밝혔다.

'국정농단은 진실이 아니다'
기존 입장 그대로 되풀이
사법기관에 대한 불만 표출
오랜 고심 끝 정치적 노림수

우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 지지층을 향해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위야 어찌됐던 자신을 믿고 지지해온 국민들에게 사인(私人)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안한 마음을 직접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메시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말은 마지막 문장에 들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선고 결과에 대해 밝힌 첫 공식 반응이다. 이같은 언급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인용된 것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헌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헌재에 인용된 국정농단에 대한 사과 없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국정농단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 최후변론 서면진술에서 "지금껏 제가 해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며 "제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면서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결정을 '승복하라'는 야권의 압박과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에 맞서 자신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 이후 이틀간 청와대에 머물며 참모들과 의논하고 오랜 고심 끝에 이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고, 그 사이 조기대선 정국이 펼쳐지게 된 정치적 상황도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입장 표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등 일부 대권주자들이 자신의 사법처리를 대선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지지층 결집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강도높은 메시지를 내놓음에 따라 향후 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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