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PK 정치인 한국당 잔류 고집 왜 "움직이면 더 불리… 태풍 지나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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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인명진(왼쪽 세 번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뒤쪽 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정당 지지도도 형편없이 추락했다.

그런데도 한국당 소속 부산·울산·경남(PK) 정치인들은 탈당하지 않고 당 잔류를 고집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당 당협 조직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한다.

부울경 무당층 54% '최고'
'샤이 보수' 향후 결집 기대
바른정당 예상 밖 무기력
'대연정' 꺾인 동력도 한몫

부산지역 A 지자체장은 12일 "한국당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고, B 위원장은 "한국당에 남아 있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정치 지망생인 경남의 C 씨는 "우리 지역 당협위원장이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안하는데 왜 교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무감사를 통해 부실 당협을 정비하면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것이다.

부산 부산진갑에서는 한국당 당협위원장인 나성린 전 의원의 '해당 행위'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한국당 당원 30여 명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바른정당 창당 발기인에 서명한 나 위원장은 당장 한국당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의 모 인사도 "우리 지역구 위원장은 바른정당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다"며 "그가 떠나면 내가 조직위원장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PK 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한국당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숨어 있는 보수'에 대한 기대감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급증한 PK 무당층이 결국은 '보수 본류'인 한국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이 실시한 3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는' PK의 무당층이 54%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는 응답을 미루고, 진보는 응답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세력에게 정권을 내줘도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에서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PK 보수세력이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는 바른정당의 무기력도 한몫한다. 대선주자(유승민·남경필)는 물론 정당 지지도가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바른정당에 합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추진 중인 '대연정'의 성사 가능성이 낮은 점도 한국당을 선호하는 요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지난 10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에게 "우리당이랑 같이 하겠다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연대설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유력한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단지 문재인 전 대표를 반대하기 위한 빅텐트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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