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필요하지만 시기와 방법은 국회서 신속 결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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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주문 선고 말미에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소개했다. 안 재판관은 의견서에서 "우리 헌법이 채택한 대통령제는 그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미흡한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비선 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으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재판관의 지적은 1987년 6월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사회 변화상을 반영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부인할 국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1987년 이후 6명의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예외 없이 말로가 불행했던 것은 개인 탓도 있지만 제도에도 모순이 있음을 웅변한다. 국회 개헌특위가 30년 만에 가동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개헌 특위는 가동 두 달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동력을 받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함으로써 개헌 시기를 놓고 '대선 전이냐, 후냐' 논란이 뜨겁다. 각 당과 대선 후보마다 개헌 셈법이 다른 것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대선 전'을,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를 주장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후를 선호하고 있으며, 민주당 내에서도 비문(비(非)문재인) 의원 일부는 대선 전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개헌 문제가 각 당과 대선 후보들의 정략적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국회 개헌특위는 13일 전체회의와 14~15일 제1·2소위원회를 열고 세부 내용을 조율할 예정이다. 국회 차원서 개헌 시기와 방법, 내용 등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개헌론이 조기 대선과 맞물리면서 논란만 무성히 한 채 표류할 공산이 크다. 각 당이 당리당략을 떠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비전을 제시한다는 사명감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와 양보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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