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신곡 '핑거팁' 3년차 걸그룹의 이유있는 자신감(인터뷰)
“‘핑거팁’을 듣는 분들이 ‘역시 여자친구’라는 소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소원)
2015년 데뷔 후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의 연이은 성공 속에 가요계를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여자친구. 그동안 주로 청순하고 순수한 느낌을 나타냈던 이들이 ‘핑거팁’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여전히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여자친구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지켜봤다.
여섯 명의 소녀들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에 걸쳐 빡빡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기자와 만났던 날은 마지막 인터뷰 순서였기 때문에 조금 지칠 법도 했지만, 이들은 들어올 때부터 씩씩한 인사를 하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데뷔 곡 ‘유리구슬’부터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까지. 여자친구는 해당 곡에 ‘학교 3부작’이라는 콘셉트를 그리며 풋풋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데뷔 3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핑거팁’ 뮤직비디오 속에서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자신의 감정을 당당히 드러낸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좀 더 발전한 여자친구를 꿈꾼다.
리더 소원은 “팀의 막내인 신비와 엄지가 올 해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모든 멤버가 성인이 됐는데,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콘셉트에 많은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엄지 역시 “이제 당분간 학생 콘셉트는 하지 못하지만 아쉽기 보다는 앞으로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져서 좋다”며 “지금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에 한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핑거팁’은 좋아하는 이성의 마음을 조종하고 싶어 하는 당찬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여기에 기타 리듬에 디스코 사운드를 입혀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전 여자친구의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핑거팁’은 다소 낯설 수 있다. 멤버들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변화를 하면서 겪는 하나의 ‘성장통’으로 여겼다.
회사 사무실에서 우연히 ‘핑거팁’을 듣게 됐다고 한 신비는 “처음부터 앨범 타이틀곡을 ‘핑거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고 많은 곡들을 후보에 놓고 조율하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에 소원은 “멤버들끼리 곡을 처음 들어 봤을 때 의견이 엇갈렸고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나중에 무대 의상을 보고 곡의 전체적인 그림과 이야기를 알게 되니까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팬들이 ‘핑거팁’을 최초로 접하고 느꼈을 감정을 우리도 가졌었고 지금은 괜찮아졌기 때문에 분명히 좋아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여자친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절도 있는 안무다. 다른 걸그룹에 비해 상당히 강도 높은 동작을 보여주는 이들은 이번 곡에서도 이 같은 느낌을 한껏 살리고 있다. ‘탕탕탕’이라는 노래 가사에 맞춰 권총 쏘는 자세를 취하는 포인트 안무는 곡의 신나는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팀에서 메인 댄서를 맡고 있는 신비는 “예전에는 기술적이고 어려운 안무들이 많았는데 ‘핑거팁’에서는 쉽게 따라할 수 있을만한 동작을 집어넣었다”며 ‘탕탕탕’춤과 ‘장총’ 춤을 언급했다. 이후 회사 사장님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앉아쏴’ 춤까지 설명하며 활기찬 눈빛을 나타냈다. “사장님이 군인들의 사격 훈련 사진을 직접 보내주셔서 그것을 보고 열심히 따라 했어요”
소원은 “힘을 많이 쓰는 안무를 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팬들의 기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먼저 안무 선생님들한테 연습을 더 많이 시켜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안무도 잘 나온 것 같고 마음에 든다며 당장 무대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듯한 눈빛을 지었다. 신비 또한 “‘칼군무’는 여자친구의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에 조금 힘들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수는 발표한 곡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곡이 잘 돼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될 것이고, 성공을 해도 다음에 그것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여자친구는 발매하는 앨범 마다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스타 가수가 느끼는 부담과 책임감을 짊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것조차 자신들이 이겨 내야하는 부분이라며 성숙한 면모를 나타냈다.
엄지는 “매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걱정도 되고 부담감이 생기지만 그럴수록 더 책임감을 가지고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차게 답했다. 메인 보컬 유주는 “그만큼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고 그것을 채우려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은하는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하고 음악방송에서도 스물아홉 번이나 일등을 기록했는데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아직도 꿈만 같다”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진지한 답변이 이어지던 순간 갑자기 일등 트로피는 어디에 보관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멤버들은 "지금은 사무실에 전시돼 있는데 나중에 너무 많아져서 각자 침대에도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해맑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기나긴 시간을 함께 해온 여자친구는 인터뷰 내내 끈끈한 팀워크를 드러냈다. 여섯 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솔직한 감정 표현과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존재했다.
엄지는 “크게 다툰 적은 없지만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마찰은 있기 마련이다”며 “그래도 그때그때 대화로 잘 풀어나가면서 멤버들끼리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생각을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찌됐던 여자친구라는 한 팀이니까 완전체로 있을 때 가장 좋은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원은 “팀워크라는 것은 겉으로 보여주려 한다고 드러나는 게 아니라, 평소 멤버들끼리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면서 “그런 점은 누구 한명만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유주는 “마찰은 언제나 생길 수 있고, 중요한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것”이라며 “서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여자친구는 보기보다 진지하고 성숙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나 사소한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 지닌 해맑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묻어났다.
소원은 “올해 1월 1일에 회사 식구들하고 다 같이 술을 마셨다”면서 주량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잘 못 마신다. 우리는 아직까지 기본적으로 청순한 느낌이라서..”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를 본 예린은 “지금은 술보다 안주가 더 좋을 나이다”며 웃었다.
또 소원은 데뷔 초를 떠올리며 “차에서 자다가 깬 후 나오면 그냥 졸려서 얼굴을 찡그린 건데, 팬들은 그걸 보고 ‘어디 아픈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부분은 조금 적응이 안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3년차가 되고 나니까 노하우가 생겼다. 어디 도착하기 십 분 전에 매니저 오빠한테 깨워달라고 한 다음 미리 일어나서 화장을 고치고 준비하는 시간을 벌어놓는다”고 웃어넘겼다.
이제 여자친구는 2년 전 신인 그룹이 아닌, 후배들이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롤모델’이 됐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의 성공에 취해 있기 보다는 겸손함을 나타내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팀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항상 자신들의 곁을 지켜주는 팬클럽 ‘버디’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막내답지 않게 의젓한 답변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던 엄지는 “몇 년 후가 더 기대되는 여자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며 “항상 좋은 음악을 팬들에게 들려드리는 것이 목표다. 기록적인 성공은 그 이후에 생각 하겠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한 신비는 “공백 기간 동안 우리를 기다려 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볼 날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예린은 “나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변화무쌍한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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