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갔다 식물인간으로 돌아온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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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병에 걸린 사람도 갑자기 건강해져서 막 걸어다니잖아요. '기적'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요."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요양병원. 한 청년의 가족들이 6년째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공수특전단 안준현(29) 하사는 2010년 7월 구보 훈련 중 쓰러져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다. 시력을 잃었고 의사전달, 판단 능력이 없다. 청력은 살아 있으나 작은 소리에도 놀라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나기 일쑤다. 어머니 정양심(55·부산 사상구 덕포동) 씨는 "엄마, 내가 경찰 돼서 우리 집 바꿔 줄게"라고 했던 막내아들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훈련받다 쓰러져 6년째 병상
가족들 "가혹행위 재조사를"


사고는 지난 2010년 7월 10일 오전 8시 50분께 경기도 광주시 한 특전사부대 연병장에 일어났다. 육군 특전사 대원들의 구보 체력단련 훈련이 진행되던 중 안 하사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훈련교관이던 부사관이 60여 차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여의치 않아 의무대로 후송조치했다. 이후 국군수도병원과 분당 서울대병원을 거치며 머리 뒤 양쪽 뼈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동의과학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온 안 하사는 특전사에 자원 입대했다. 소위 '몸짱'으로 불리며 체력에 자신도 있었고, 목표하던 경찰 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청천벽력과 같은 이 사고를 당해 안 하사뿐 아니라 가족의 행복은 한순간에 달아났다. 6년 동안 안 하사 곁을 지켜온 정 씨는 높은 혈압, 급성 편두통 등으로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다.

안 하사 가족은 아들의 사고가 군대 내 가혹행위 등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하사는 사고 전날 취침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병원 진단 결과 머리 뒷부분이 빨갛게 충혈이 돼 있다고 하는데 가혹행위뿐 아니라 구타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군수도병원 등의 응급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가족들은 훈련 당시 응급 차량이 배치되지 않아 1시간 뒤에나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이 허비됐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CT 촬영 등 외상만을 살펴 보며 시간을 지체하다 내부 절차를 밟은 후에야 큰 병원으로 옮겨져 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현재 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1차 조사에서는 구타행위도 없었고, 37분 만에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나왔다"면서 "민원이 제기된 만큼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다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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