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10원짜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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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언어 능력이라는 건 결국 말을 얼마나 잘 부려 쓰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이 언어 능력은 바로 사람의 능력이 된다. 자리에 맞지 않는 말, 어색한 말, 이상한 말을 쓰는 사람이 우스워 보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농담이, 실은 우스개가 아니었던 것. 아래는 어느 신문 제목이다.

<"결국 네거티브 무서워해서 이 사단이 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인데, 알고 보면 언론인의 뒤늦은 자기반성인 셈이다. 한데, 잘못이 있다. 국정농단은 '사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사단(事端): 사건의 단서. 또는 일의 실마리.(지섭으로서는 문화제의 성격과 관련하여 행사의 주제나 종류 따위를 윤곽 지어 놓는 일과 그 사단을 구하는 작업이 우선 중요했다.<이청준, 춤추는 사제>)

아무리 그래도 국정농단이 단서나 실마리는 아닐 터. 이 자리에는 '사달'이라는 말을 써야 했다.

*사달: 사고나 탈.

물론 대통령이 탄핵소추까지 된 일을 '사고나 탈'이라 하면 축소한다고 펄쩍 뛸 사람도 많겠지만, 어쨌거나 잘못 쓰인 말 '사단'을 바로잡자면 '사달'쯤이 옳다는 얘기다.

<비자, 또 갑질… "해외 수수료 0.1% 더 내라">

역시 어느 신문 제목인데, 뭔가 이상하다. 외국에서 100만 원짜리 물건을 사면 카드 수수료가 1만 원이라 치자. 거기서 0.1%니까 10원을 더 내라는 건데, 그걸 두고 '갑질' 운운하는 건 과장이 좀 심한 것. 의문은 기사를 보고서야 풀렸다. 비자카드가 1.0%인 수수료를 1.1%로 인상해서 국내 카드사들이 반발한다는 사연. 그렇다면, 제목이 틀렸다. 따져 보면 0.1%가 아니라 10%쯤 올려 달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퍼센트포인트: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가 이전 수치에 비해 증가하거나 감소한 양. 예를 들어, 이율이 1%에서 2%로 늘었다면, 퍼센트로는 100퍼센트, 퍼센트포인트로는 1퍼센트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단순히 숫자끼리 비교하면 증감은 퍼센트(백분율)로 나타난다. 하지만 퍼센트와 퍼센트를 비교할 땐 퍼센트포인트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저 제목은 <비자, 또 갑질… "해외 수수료 0.1%포인트 더 내라">라야 했던 것.

그러니, 눈들 부릅떠야겠다. 비슷하다고 속지 말아야 할 것이 어디 '사단/사달, 퍼센트/퍼센트포인트'뿐이랴마는….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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