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육을 듣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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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학생이 교류하는 글로벌 캠퍼스"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인재 양성에 방점을 두고 미래형 대학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찬 기자 chan@

"세상은 빠르게 바뀐다. 아프리카 마사이 족이 스마트폰으로 구글에 접속해 정보를 얻는 시대다. 전체 산업도 그 변화에 맞춰 재편된다. 그러나 교육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그렇다 보니 대학이 공급하는 인재가 시대에 종종 뒤처진다.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동서대가 추구하는 미래형 대학의 핵심이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지난해 1월 교수 연수회에서 '미래형 대학 만들기'를 선언하고 현재 그걸 추진 중이다. 국제화, 교육혁신, 낙오자 없는 교육이 골자다. 학생들에겐 '달란트'(talent)를 강조한다. 제 재능 계발이다. 남 잘하는 걸 따라 하기보다 자기 삶을 살라는 뜻이다.

매년 200명 미국·중국에 파견
한·중·일 '캠퍼스 아시아' 선정
국내외 유학생 각 1000명 목표

낙오자 없는 교육, 대학의 사명
대학별 교류 '조립형 대학' 추구
특성화사업으로 명품 콘텐츠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서 정치학을 공부한 장 총장은 2011년부터 동서대 총장을 맡고 있다. 2014년부터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국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는데.

"지식 수명이 5년이라고 한다. 1학년 때 공부한 게 졸업할 때는 옛날 지식으로 변한다. 그렇다면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 대학의 해법은 미래형 대학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한다. 보다 많은 학생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외국인과 교류하는 게 큰 축이다.

우리 대학은 국내 최초로 미국과 중국에 글로벌 캠퍼스를 뒀다. 매년 200명의 학생을 파견한다. 미국의 경우 왕복 항공료, 기숙사비, 현지 수업료 전액을 학교가 지원한다. 이뿐이 아니다. 한·중·일 정상이 합의한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동아시아학과 입학생은 전액 장학금 혜택이 주어지고 한·중·일 3개국을 오가며 공부한다. 37개국 자매 결연대학에 교환학생도 많이 보낸다. 1년에 800명쯤 된다."

-동서대의 새로운 교육방식이 눈길을 끈다.

"구태의연한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 교과서나 인터넷에 있는 지식을 학교에 앉아서 공부하는 건 시간 낭비다. 교육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우리 대학은 O2O(Online to Offline)를 실험 중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교수가 25분짜리 영상을 준비한다. 수업 내용을 요약한 영상이다. 학생은 집에서 그걸 미리 본다. 대신 수업은 질문과 프로젝트 수행으로 이뤄진다. 가령 물류학과라면 그쪽 전문가를 불러 특강을 듣거나 항만을 견학하는 식이다. 3년 전부터 이걸 해왔다. 아직은 전 과목이 대상은 아니다. 10개 강좌를 O2O로 진행하고 있다.

조립형 대학도 그 연장선이다. 대학이 중복투자하면서 싸울 필요는 없다. 아이폰을 보자. 디자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부품 조달은 전 세계에서, 조립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조립형 대학이 같은 개념이다. 이웃 대학의 강점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경성대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잘 가르칠 수 있는 걸 나눠 담당하면서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다. 여기저기 흩어진 자원을 가져와서 학생에게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낙오자 없는 교육이 화제인데.

"이제는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맞는 교육이 요구된다. 타고난 재능 발휘다. 우리 대학에 온 학생 중 풀이 죽어 있는 학생을 종종 본다. 이래선 안 된다 여겼다. 2년 전 달란트개발실을 만들었다. 방황하는 학생을 모아 이런저런 다양한 체험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다 보면 제 재능을 발견한 학생을 꽤 보게 된다. 경영학과 학생이 관광이나 요리 쪽으로 학과를 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게으른 자 선발 프로그램'을 해 봤다. 자기보다 게으른 자가 없다고 여기는 학생이 대상이었다. 남들 앞에서 얼마나 게으른지 발표하면서 학생이 변했다. 발표자는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그걸 한번 맛본 학생이 자신감을 갖더라. 그 학생들이 50명쯤 모였는데 그들이 한 달간 뮤지컬을 한 편 준비했다. 대사를 외우고 감동적인 무대를 펼친 그들은 더 이상 낙오자가 아니었다. 숨은 보석을 발굴하고 밀어주는 작업. 대학이 해야 하고, 교육이 해야 할 소명이라 여긴다."

-'유학생 1000·1000'은 어떤 의미인가.

"학생 시절 국제적인 경험은 중요하다. 우리 대학 재학생 1만여 명 중 매년 해외 나가 있는 학생이 800명 정도 된다. 이 숫자를 1000명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면 외국 유학생은 현재 70여 개국 800명쯤이다. 역시 이 숫자도 1000명으로 만든다는 포부다. 지난해 여름 외국인 유학생 지원 전담조직을 발족했다. 별도의 전용건물도 신축했다. 여기서 외국인 유학생이 영어로 전공을 이수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외국 문화와 다른 나라 사람을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론 학교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한몫한다.

-특성화 부문의 성과라면.

"우리 대학은 설립 당시부터 특성화를 추진해 왔다. 영화·영상, IT, 디자인, 디지털 콘텐츠 등은 전국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이들 분야는 부산의 발전 방향과 맞물려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2015년 대학특성화(CK) 사업에서 동남권역 사립대로서는 최고액 예산을 지원받았다. 5년간 총 245억 원이었다. 특히 임권택영화예술대학과 디지털콘텐츠학부가 융합한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의 '영상산업도시 육성사업단'이 부산 사립대로선 유일하게 지역 전략분야에 선정됐다. 우리 대학은 단순한 특성화를 넘어 명품화를 내다본다.

지난해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아마존고'를 내놨다. 오프라인 마트다. 무인점포인데 계산대 줄서기를 없앴다. 앱을 켜고 입장해서 쇼핑한 후 그냥 나가면 결제가 자동으로 처리된다. 유통업계는 혁명이라고 난리다. 아마존은 일종의 파괴자다. 우리 대학이 꿈꾸는 길이 그와 같다."

임태섭·송지연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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