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 부산 입항 중국 크루즈 여행객 표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中 관광객들 "한국 여행 알려지면 곤란" 촬영 막아

5일 크루즈선 퀀텀호(16만 8000t급)를 타고 부산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의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5일 오전 7시 아시아 최대 규모 크루즈선인 퀀텀호(16만 8000t급)가 입항한 부산 감만부두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퀀텀호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가 알려진 후 중국에서 처음으로 기항한 크루즈선이다.

중국의 보복조치 이전에 예약해 여행을 취소한 승객은 없었지만, 4500여 명의 하선 승객들 중엔 평소와 달리 표정이 굳은 승객들이 자주 보였다.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평소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배에서 내리면서 손을 흔들며 서로 반갑게 인사했는데, 오늘은 무표정하거나 인사를 외면하는 손님들도 제법 많았다"며 다소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여행 금지 조치 이후 첫 기항
취소 승객 없었지만 분위기 위축

일부는 롯데면세점 방문 취소
언론 취재에 예민한 반응 보이기도

지역 여행업계 "파장 클 것" 울상

승객들은 배에서 내려 남포동과 국제시장, 해운대, 기장 해동용궁사, 면세점 등을 찾았다. 그러나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중국 당국의 보복 타깃이 되면서 롯데면세점 부산점은 기피 대상이 됐다. 수십 명의 여행객들이 당초 예정된 롯데면세점 대신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으로 쇼핑 코스를 변경한 것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중국 내 반한 정서 때문인지 언론의 취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40대 중국인 여성은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외면했고, 공직자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내가 한국에 여행 온 것이 중국에 알려지면 곤란해진다"며 취재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사진 촬영을 막기도 했다.

반한 감정을 의식해 배에서 내리지 않은 승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하선하지 않은 승객은 평소와 비슷한 100여 명 수준이었다.

크루즈 관련 업계는 향후 파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산의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조치가 시행되기 전인데도 중국 관광객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데,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정부의 조치를 거역하고 한국을 찾을 관광객들이 얼마나 되겠냐"며 울상을 지었다.

5일 현재 중국의 한국 관광금지 보복 조치 후 기항이 취소된 중국 크루즈선은 아직 없다. 그러나 앞서 중국 관광분야 정부 부처인 국가여유국이 지난 2일 중국 내 주요 여행사를 대상으로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단체관광 판매 중단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부산을 기항하는 중국 크루즈선의 대폭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은 4월 부산 기항 예정인 크루즈선 여행 상품에 부산 기항을 빼버리는 등 기항 취소 조짐도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당초 올해 261차례 기항할 예정이었던 외국 크루즈선은 지난해 말 사드 파장 이후 이미 224척으로 줄었고,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로 최대 100척 이상 더 감소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들은 45만 명으로 중국인 전체 관광객 94만 명의 47.9%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산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크루즈선 기항이 크게 줄면 중국 전담여행사와 면세점, 관광버스 등 지역 내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사드 문제라는 정부간 갈등으로 빚어진 일인데 우리는 탄핵정국이라 컨트롤 타워도 없고, 업계 차원의 대책 마련도 사실상 불가능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