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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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권 회복을 위해 민족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3·1절이 대통령 탄핵 찬반 갈등으로 분열과 증오로 얼룩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1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민족의 단결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제정한 국경일이 한순간에 부끄러운 날로 전락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민간 간에 동떨어진 인식 차이를 삼일절에 고스란히 드러낸 것은 국론분열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한·일 양국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민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위안부 소녀상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삼일절을 맞은 부산에서는 '3·1 평화대회-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 행사가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열렸다. 이날 경남 진주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기림상이 세워졌고,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이 세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삼일절에 보여 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은 민심과 동떨어져도 너무나 동떨어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야권에서는 "가장 치욕스러운 기념사" "친일 매국 망발" 등의 비난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이제 민과 관이 하나가 되기는커녕 제 갈 길로 가는 양상이다.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현실을 엄중히 직시해야 한다. 여권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경남도청에서 열린 이번 3·1절 기념식에서 "인간 존엄의 문제인 위안부 피해를 물질적 보상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외교가 아니라 뒷거래"라고 위안부 합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법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적 의혹을 묻어만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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