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찬반 갈등이 3·1절 정신 훼손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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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98주년 3·1절이었다. 3·1절은 우리가 하나임을 일깨우는 증표와 같은 날이다. 하지만 어제만은 그러한 자긍심을 느낄 수 없었다. 정치인들은 3·1절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 비난전을 펼쳤다. 싸우다가도 이날만은 손잡던 전례를 볼 수가 없었다. 광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도심에서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이었다.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3·1절을 보는 국민들은 불편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탄핵시계는 예정대로 돌아가고 있다. 최종변론을 마친 헌법재판소는 오는 13일까지 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탄핵 절차가 매듭지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겹친 탓에 일부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집회 규모가 커지고 과격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집회는 3·1절 만세 시위와 비슷하다. 촛불혁명이 완수돼야 한다"며 집회를 지지했다. 같은 당 박경미 대변인은 "태극기를 들고 내란선동을 하고 백색테러까지 조장하고 있다"며 탄핵 반대 측을 비난했다. 한편 범여권인 바른정당은 성명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돼 온갖 분노와 적개심으로 싸운다"며 여야 양쪽을 비판했다.

이 같은 '강 대 강'의 대립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을 부정하거나 결론도 나기 전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동하는 태도에 대해 국민들은 수긍하지 않고 있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에게 필요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민심의 동요를 막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 지지자로 오해 받을까 봐 국기 게양률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표를 겨냥해 얄팍한 딴지를 부리다가는 사회의 근간을 허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는 13일께 내려질 결정은 쪼개진 3·1절의 태극기를 다시 하나로 잇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상대편에 대한 분노를 거두지 않으면 언제 적개심으로 표출될지 모를 지경이다. 법 절차가 내린 마지막 결론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치인들이 승복 릴레이 선언에 앞장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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