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승선근무예비역 축소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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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기 고려기공㈜ 대표이사

세계 7위 자리를 매김하며 해운강국으로서의 한국해운업을 주도해 온 한진해운이 결국 가라앉고 말았다. 그 후폭풍은 국가경제 전반에 극심한 위기상황을 가져왔다. 한 기업의 몰락을 넘어서서 산업 전반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검토가 소홀하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 정부정책의 부정적 영향은 돌이켜 수습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한진해운은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내릴 때 부처가 각각 다르더라도 그 정책이 미치는 분야가 서로 비슷할 경우 형평성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형평성은 그 결과가 때로 획일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분야가 갖는 특수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을 경우 예상보다 극심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3년 승선하면 현역 복무 간주
비상시 인력동원 위해 실시
해운 우수 인재 확보 큰 도움
안보·산업 위해 제도 존속을

특히 현재 순기능을 갖고 있는 정책을 변경할 때에 국가기간산업과 안보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면 정부는 반드시 재고하고 철회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한국해운업은 사후약방문 격의 지원정책이라도 절실한 형편이다. 도와줘도 모자랄 형편인데 해기사 인력수급에 치명타가 될 방안이 국방부에서 논의 중이라는 소식은 해운업계와 교육계에 큰 고민을 안긴다. 우수 해기사 인력 양성은 한국해운업의 탄탄한 유지 발전에 필요불가결하다. 그런데 국방부의 '해기사 인력의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축소 방침'은 한국 해운분야에 어려움을 더하여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될 국가적, 산업적 손실이 예견된다. 필자는 이 축소방침이 초래할 폐해를 알려서 국가안보와 경제에 미칠 후폭풍을 막고자 한다.

최근에 국방부는 병역자원 부족현상에 따라 대체복무요원과 유사한 승선근무예비역에 대한 정원을 축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전쟁 등 비상시 전략물자 수송 등에 필요한 해기 인력동원과 필수·지정 선박의 운항요원 확보를 위해 시행되었다. 해기사 인력들이 현역 군 복무 대신 3년간 승선근무를 하여 병역의무를 마치게 하는 제도이다. 만 40세까지는 예비역과 제4군 수송대로 편입된다. 현행 병역법상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대체복무 제도로 분류되지 않으며,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서 국가안보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승선근무를 현역복무로 간주하고 있어서 다른 대체복무제도와는 제도 자체가 다르다(법 제21조의 2 승선근무예비역의 편입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평성논리를 적용하여 함께 줄인다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를 축소·폐지하게 되면 기피직종으로 인식되는 해기사 직군에 우수인력을 유인할 길이 차단되고 이는 곧 해기인력 교육체계의 붕괴를 가져오게 된다. 교육체계 붕괴는 단기간에 복구가 어려워 향후 국가비상시 동원자원 부재로 이어지게 되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쟁력을 갖춘 해기사인력의 부족으로 해운업이 침체되면 전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국가필수요원의 육성과 관련된 제도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해군 전력은 바다를 얼마나 신속하게 이동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간에 해기사가 배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른 대체복무제도와의 형평성 논리를 적용하여 승선근무예비역을 축소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경시하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제도 축소로 육·해·공군 어느 최정예 군대에 의해서도 대체할 수 없는 국가안보와 해운산업 발전을 통한 국익에 큰 저해요소가 될 우려가 높다. 국방부는 축소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오히려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길 바란다. 국익을 내실 있게 챙겨 나가도록 국방부가 재검토하길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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