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스프링캠프를 가다] 외국인 맏형 브룩스 레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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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급 활약 벼르는 '텍사스 카우보이'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21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프링캠프에서 연습 투구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 피오리아(미국)=강선배 기자 ksun@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30)는 올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원투펀치'를 이뤘던 단짝 조쉬 린드블럼이 막내딸의 수술 때문에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롯데는 린드블럼의 후임자로 우완 투수 파커 마켈(28)을 영입했다. 하지만 마켈이 린드블럼 이상의 활약을 할지, 그저 그런 외국인 투수로 남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쨌든 시즌 초반 롯데 에이스의 역할은 오롯이 레일리 혼자만의 몫이다.

'단짝' 린드블럼 빠진 첫해
거인 마운드 버팀목 각오

"타자와의 대결 즐기는 편"
거친 사냥 즐기는 터프가이
번즈·마켈에겐 '큰 형님'

2015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은 레일리는 독특한 투구 폼을 선보이며 좌완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31경기에 선발 출장해 11승 9패 평균 자책점인 3.91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린드블럼이 갑작스러운 부진을 겪자 상반기에 혼자서 마운드를 책임졌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투구가 분석되면서 험난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평균 자책점도 4.34로 이전 시즌보다 부진했다.

21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레일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린드블럼은 인격적으로나, 실력으로나 모두가 존경할 만한 대체 불가 선수였다"면서도 "새 투수인 마켈도 자기만의 장점이 있는 선수인 만큼 당연히 잘 해낼 거라 믿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처럼 무기력하게 플레이오프 진출이 실패한다면 실망이 클 것 같다. 올해는 어쨌든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도록 내 몫은 다하겠다"고 말했다. 롯데 팬 입장에서는 좌완 기교파인 레일리가 예년처럼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한시라도 빨리 우완 강속구 투수인 마켈이 한국 무대에 연착륙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날 담당 통역은 레일리의 이 같은 호언장담이 미국 남부 텍사스 출신 '상남자'의 면모 덕이라고 말한다. 프런트 측도 "거구임에도 점잖았던 린드블럼에 비해 호리호리해 보이는 인상의 레일리가 되레 거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레일리는 "우리 텍사스 출신들이 거친 면이 있긴 하지만 이런 성장 배경 덕에 어린 시절부터 두려움이 없다"며 "카우보이로 자라나 타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공격적인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자랑했다.

롯데 측은 '텍사스 카우보이' 레일리와의 재계약도 꽤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액수 차이가 아니라 연락 두절이었다.

고향 텍사스로 돌아간 레일리는 며칠씩 사냥 삼매경에 빠져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잦았다. 고향 집에서는 카우보이 모자와 가죽 장화 차림으로 지낸다는 레일리는 취재진에게 자신이 사냥한 사슴 사진을 꺼내 보이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도 고향집에서부터 14시간 동안 직접 차를 몰고 와 합류했다.

레일리는 두 살 아래인 신참 앤디 번즈(28)와 파커 마켈의 '군기'를 잡는 데도 열심이다. 휴식 시간마다 이들과 수다를 떠는 레일리는 "나는 번즈와 마켈에게 '슈퍼 형님'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자주 얘기해 준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피오리아(미국)=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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