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흔드는 말… 말… 말… 선거철엔 자나 깨나 말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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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왼쪽부터) 전 통일부장관과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뉴스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는 돌출 변수로 인해 판세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무리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더라도 시대적 요구나 흐름에 동떨어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게 선거판의 생리다. 이는 선거에 직접 출마한 당사자는 물론 후보를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도 동시에 해당된다.

대선 지지도 1~2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한마디 실언에도 판세 출렁
본인은 물론 주변인도 해당

'인기 대결' 중요한 이번 대선
여느 때보다 발언 신중해야


문 전 대표의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나"며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발본색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21일 "백주에 공항에서 친형을 살해하고 얼마전에는 고모부까지 살해한 김정은의 정권과 대한민국 정부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정 전 장관이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문 전 대표는 "헌재(헌법재판소)가 그런 판결(탄핵 기각)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거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저없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문 전 대표가 의욕적으로 영입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부인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의 비리설이 불거지자 "우리 집사람이 비리가 있었다면 제가 어떻게 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입니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중도하차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공직에 최장 65세 정년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른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 전시를 주선해 '당직 자격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과거에도 '말 한마디'로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많았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정동영 의장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뒤 노인 관련 단체를 찾아다니며 사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장인의 과거 좌익 전력 문제가 거론되자 "그러면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이냐"고 말해 판세를 단번에 역전시켰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란 비정상적인 이슈가 주도하는 이번 19대 대선도 정책이나 인물 대결 보다 인기 대결로 전개되고 있다. 그만큼 지지도를 끌어올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인기 영합성' 발언이나 글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 판세가 여러차례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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