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송 스타' 스카웨이커스 "밴드 60년 채우기 뚜벅뚜벅"
"시대가 흘러 흘러 우리 손으로 뽑은 공화국의 대표는~ 시대를 거슬러 저들이 뽑아놓은 부역자의 대표네~"
지난 16일 밤, 부산 금정구 장전동 주택가의 한 지하 연습실. 심상찮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스카웨이커스(SKAWAKERs)' 멤버들이 2집 수록곡 연습에 한창이다. 밴드 대표 이광혁(33·드럼) 씨가 신혼여행을 다녀와, 한 달 만의 연습이지만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
전국 촛불집회 현장서 인기
10주년 맞아 정규 2집 내놔
'보이지 않는 손' 등 11곡
사회 비판 메시지 '오롯이'
탄핵촛불 현장에서 '하야송'을 불러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은 부산 밴드 스카웨이커스가 2년여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내놨다. 2014년 1집이 단순히 그간의 활동(22곡)을 모았다면, 2집은 철저한 기획으로 스카웨이커스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 제작 기간만 햇수로 3년. 시작은 2015년 11월 광화문 현장에서 겪은 백남기 농민 사건이었다. 이광혁 씨는 "백남기 농민을 죽인 권력을 비판하는 집회용 노래('죽여라')를 만들었는데, 예상과 달리 이후 노래를 부를 만한 대규모 시위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 아예 정규 2집을 내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회의를 통해 앨범 주제를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로 정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문예패 출신답게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제대로 담아보기로 한 것. 정세일(32·보컬) 씨와 천세훈(30·트럼펫) 씨가 주로 작사·작곡을 맡았던 예전과 달리 멤버 8명 전원이 제작에 참여했다. 매달 각자 한 곡씩 써오면 품평회를 열어 총 11곡을 선별했다.
수록곡들은 '현대판 민중가요'라 할 만큼 하나하나가 시쳇말로 빡세다. 타이틀곡 '보이지 않는 손'은 불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조종하는 세력, '원전마피아(原電Mafia)'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원전 정책을 대놓고 비판한다. 앨범 성격에 맞게 발매기념 공연도 '거리'로 나선다. 18일 제주도 촛불집회, 19일 김천 사드 반대집회에 선 데 이어 서울과 대구, 성주 공연도 잡혀 있다. 다음달 11일에는 부산 촛불집회에서 '큰 판'을 펼친다. 때마침 헌재의 탄핵 결정과 맞아떨어지는 시기다.
스카웨이커스의 작업은 진지하지만 유쾌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교묘하게 편집한 인트로곡, 크레딧카드를 본뜬 앨범 재킷에는 재기발랄함이 묻어난다. 기존 CD와 다른 독특한 앨범 형식도 재미를 더한다.
"60년을 채워보자"며 밴드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 그동안 자체 레이블을 만들었고, 소속 밴드도 늘어나는 등 뚜벅뚜벅 진일보해왔다. 민주주의를 노래하는 만큼 밴드 운영도 민주적이다. 멤버마다 하나씩 직책을 맡아 동등하게 참여한다. 안병용(30·기타) 씨는 "우리가 만든 시스템으로 이뤄낸 '10년'이어서 더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스카웨이커스 정규 2집 디지털 음원은 21일 정오,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음반은 이르면 이달 말 발매될 예정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