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열전] 2016 구글 딥마인드 특별대국-이세돌 이전에도 알파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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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2 ● 알파고 1

이 바둑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에 앞서서 벌어진 알파고끼리의 자체 트레이닝 대국이다. 이 대국을 보노라면, 알파고는 세상에 공개되기 이전에 수백만 판을 연습한 이후 이세돌과의 대결에 임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아마 이 기보를 미리 보았더라면, 우리는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다고, 나아가서 5-0으로 이길 것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알파고 간 트레이닝 기보는 훗날 유럽바둑사이트에 올라왔다. 세 판이 공개되었는데 그중 한 판이다. 아마도 비공개 기보는 수백만 판일 것이다. 좌상귀에서 백이 초반부터 접근전을 벌였지만, 아직도 완전한 수습이 덜 되었다. 그래서 또 수습의 맥으로 백 28에다 갖다 붙인다. 인간의 발상이라면 28로는 백'가'로 두어서 흑은 32의 곳으로 진행되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교환은 당연히 백으로서는 좋지 않다는 뜻이다.

알파고의 바둑에서는 붙이는 수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대뜸 붙여간 백 28에 대해 상대 알파고도 받기가 난감할 테지만, 상대도 역시 기계인지라 그리 고민이 길지 않다. 흑 29로 젖힌 다음 31로 척척 착수한다.

흑 33으로 밀어갈 때 당연히 '나'의 곳을 뻗어야 할진대 멀뚱멀뚱 10초쯤 고심한 끝에 하변으로 향한다. 몇 수 진행되지 않았지만, 우리를 적잖이 당황케 한다. 알파고는 꼭 두어야 할 곳이 아니라면 절대 두지 않는다. 효용을 최선으로 삼는다. 바로 이런 대목이 인간의 '기세' '최선'이란 덕목과 비견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색무취한 상태에서 지금의 형세를 판단하고 불요불급한 곳이 아니면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 44는 '다'로 몰고 싶으나 축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43…34)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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